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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한국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스케치북에 써서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직장 내 괴롭힘 노동청 신고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근로감독관에 의한 인권침해, 소극적·형식적 조사 등 부당한 경험을 겪었다는 제보가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14일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 건수는 7398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1만580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5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도 5000건이 넘는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사건을 조사·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사내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에 의해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괴롭힘 행위자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일 경우 등에 한해 피해자가 직접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접수된 괴롭힘 사건 중 취하되거나 ‘기타’로 처리된 사건은 무려 86.6%다. 기타는 법 위반 사항이 없거나 진정인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이라서 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반면 과태료 부과 비율은 1.3%, 검찰 송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직장갑질119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갑질119에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청 사건 접수 이후 ‘부당행정’을 경험했다는 제보 유형은 크게 사건처리 지연, 근로감독관에 의한 인권침해, 소극적·형식적 조사, 불합리한 판단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유형은 사내 신고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찾아온 신고인들에게 ‘바빠서 자료를 못 봤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비아냥대는 등 부적절한 태도로 조사를 진행한 것 등이다. 아예 신고 취하를 강요하는 근로감독관도 있었다. 직장인 A씨는 “녹취 등 증거자료가 명백했으나 근로감독관은 ‘인정되기 힘들다’면서 취하서를 내밀었고, 취하를 거부하자 눈앞에서 취하서를 찢었다”고 말했다.

소극적·형식적 조사의 대표적 유형은 사용자가 괴롭힘 가해자인데도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된 ‘직접 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다. 직장인 B씨는 “회사 대표의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는데 감독관은 ‘노동청 조사 전에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의 결과보고서를 일단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해 8월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와 사업장 자체조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괴롭힘 사건 처리지침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은 지극히 형식적 수준의 조사만 한 뒤 회사 조사결과에 따라 결론을 짓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짚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부당행정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부의 사건 처리지침 개정, 전담 근로감독관 인력 확충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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