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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희망가격 최상단으로 IPO 성공
4거래일 만에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과거 상장한 기업 10개 중 생존 기업은 1개뿐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서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팬 사인회에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김규삼, 조석, 손제호 등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네이버웹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직접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입성한 쿠팡의 성공을 본 기업들이 활력이 떨어진 한국 증시 대신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미국 증시를 택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7일(현지 시간)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뉴욕증시 상장 첫날 10% 가까이 급등하며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을 알렸지만 이후 하락해 7월 10일 기준 20달러를 기록했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네이버웹툰이 써낸 금액의 상단인 21달러로 공모가가 책정됐고 기업가치는 3조8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상장으로 4400억원의 자금도 조달했다.

시장에서는 나스닥 상장 다음 타자로 야놀자와 셀트리온홀딩스, 두나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온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야놀자는 이르면 이달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야놀자는 2020년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했다.

이들이 미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무시할 수 없다. 코스피는 ‘3000 시대’를 열었던 2020~2021년 코로나 때를 제외하면 ‘박스피’ 세월이 근 15년이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의 코스피 수익률은 39.6%였다. 1년에 2.2%씩 오른 셈이다.

하지만 기업이 상장을 위해 미국행을 택하는 건 한국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주식시장 대신에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올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39%가 해외 기업
김범석 쿠팡InC 대표가 2021년 NYSE 상장 후 기념촬영한 모습./ 쿠팡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전체 공모금 172억 달러를 기준으로 39%가 해외 기업이었다. 나머지 61%만 미국 기업이었다.

뉴욕증시의 해외 기업 상장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도 지난해 런던 대신 뉴욕거래소를 택해 52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를 했다.

이들이 미국 증시를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기업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갖고 있다. 12개월 선행 PER을 보면 미국 시장은 평균 20.6배다. 유럽의 12.8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6배보다 높다.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 역시 당시 적자였음에도 70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한때 100조원대로 치솟았다. 현재 쿠팡의 시가총액은 52조8053억원으로 반토막 났지만 코스피 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시가총액 7위에 드는 규모다. 쿠팡이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로 거듭날 수 있던 것도 상장을 통해 조달한 막대한 자금 덕분이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확보한 자금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쿠팡 외에 IPO에 성공한 이커머스가 없는 것을 보면 미국행을 택한 이유가 보인다”며 “한국은 3년 새 IPO 일정이 지연되는 등 상장이 어려워지고 있고 당시 쿠팡이 적자였던 만큼 IPO 버블, 사업적 측면에서의 출혈경쟁 등 다양한 이유로 저평가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돈·신뢰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대외적 인지도와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웹툰이 미국 시장에 상장함으로써 브랜딩 효과와 인지도,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협력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확장성을 지닌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면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향후 투자 유치나 사업 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CEO는 나스닥 상장 언론 간담회를 열고 “나스닥 상장은 웹툰 서비스가 공인된 사업으로 인정됐다는 의미”라며 “웹툰 콘텐츠는 한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넷플릭스 생태계처럼 한국에서 제작한 것을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보는 글로벌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올해 1분기 1억6900만명이다. 2022년(1억6700만명)과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미국과 유럽시장 MAU는 같은 기간 1억3600만명에서 1억2300만명으로 줄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네이버의 보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웹툰이 아직 주류 문화로 자리잡지 못한 미국 및 유럽에서의 MAU가 감소했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중요한 장기 성장 과제로 삼아왔던 만큼 상장 이후 전략 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성장동력인 ‘클라우드 솔루션’을 무기 삼아 나스닥에 도전한다. 호텔 등에 자동화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0년 약 8%(157억원)에서 지난해 22%(1733억원)까지 성장했다.

야놀자는 지난해 12월 뉴욕증권거래소 출신의 국제 자본시장 전문가 알렉산더 아브라힘을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영입하며 IPO 작업에 속도를 냈다. 지난 2월 미 델라웨어주에 100% 출자 법인을 세웠고 3월에는 뉴욕에 50번째 해외 지사를 열었다.

야놀자가 법인을 세운 델라웨어주는 미국에서 둘째로 작은 주이지만 미국 상장 기업의 93%가 몰려 있다. 법인세 감면, 쉬운 법인 설립 과정, 자유로운 이사회 구성 등 친기업적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나스닥 상장 한국 기업 생존율은 10%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는 들어가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더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한다. 과거 10개의 한국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이전까지 나스닥에 남아 있던 기업은 온라인게임 업체인 그라비티 1개뿐이다. 과거 상장된 한국 기업들 대부분이 상장폐지됐기 때문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고 성장 유지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적극적인 주가 관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회계기준이 다르고 공시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인력과 비용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 주식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IPO를 위해 미국행을 택하는 기업들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자본시장의 한 축이 될 기업도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악순환인 것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이점이다. 미국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가 존재한다. 차등의결권이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한국은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 대주주가 설비투자나 임직원 보상에 쓰여야 하는 회사의 현금을 계열사 간 주식 상호보유나 순환출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에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주가 ‘밸류업’ 논의에서도 기업측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제도·문화적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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