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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탁자, 망인 재산 관리만”
신탁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 확인
[법알못 판례 읽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언대용신탁 계약에서 위탁받은 재산을 관리·운영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수탁자(신탁회사)는 ‘유류분 반환’ 의무가 없다는 최초의 판결이 나왔다. 그

그동안 유언대용신탁에 재산을 맡기면 유류분 반환을 피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판례가 엇갈리는 가운데 반환 대상이 된다면 수탁자와 수익자 중 누가 반환의무자가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이번 판결로 수탁자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유언대용신탁 수탁자, 유류분 반환 의무 없다” 첫 판결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최규연)는 지난 7월 3일 공동상속인 한 명이 수탁자인 은행과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그동안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고인의 재산을 넘겨받은 수익자에 대한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은 있었으나 신탁재산을 관리·처분·운영하는 수탁자를 피고로 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서 피고 은행(수탁자)은 “은행을 상대로 한 유류분반환청구는 피고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 은행을 이행의무자라고 주장하는 이상 피고적격이 있다”며 “실제 피고 은행의 유류분 반환의무 여부는 본안심리를 통해 판명돼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탁재산은 망인 사망 전까지 실질적으로 망인의 재산처럼 운용됐고 피고 은행은 신탁재산을 관리하며 생전수익자인 망인과 사후수익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신탁보수를 받았을 뿐”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신탁계약에 따라 각 부동산이 피고 은행에 이전됐다 하더라도 망인이 실질적으로 피고 은행에 각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무상처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위탁자가 유언대용신탁 후 1년이 지나 사망하면 유류분 권리자는 위탁자와 수탁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사실을 증명해야 신탁재산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 수탁자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한국상속신탁학회장이자 피고 은행 측 변론을 맡은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유언대용신탁의 수탁사가 유류분 반환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명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유언대용신탁 당사자뿐 아니라 수탁자인 신탁부를 운영하는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무게추 옮겨가는 유언대용신탁 유류분 반환 소송


유언대용신탁은 망인의 의사에 따른 상속으로 분쟁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망인의 사망 후에 신탁체결 사실을 알게 된 공동상속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재산의 유류분 반환 대상 여부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을 내려왔다. 2020년 수원지법 성남지원(2017가합408489)과 수원고등법원(2020나11380)은 상속개시 1년 이전에 계약을 통해 신탁한 재산은 상속인이 아닌 신탁회사에 귀속됐으며 상속재산도 특별수익(생전증여)도 아니라고 판결했다.

반면 2022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2020가합100994)은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신탁재산이 수익자(상속인)의 상속재산이 아니라 할지라도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유류분 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는 쪽이 힘을 받는 추세다. 이번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유언대용신탁은 민법상 사인증여(생전에 증여계약을 체결해 두고 그 효력이 증여자의 사망 시부터 발생)와 유사하다며 신탁재산을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 당시 각 부동산은 신탁계약에 따라 피고 은행에 신탁돼 있었고 망인의 사후에야 피고가 이를 취득했으므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적극적 상속재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신탁계약의 수익권은 망인이 사망하기 전까지는 망인이 가지게 되고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야 수익자인 피고에게 이전되는 법률관계를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민법 제562조가 정한 사인증여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속재산은 아니더라도 피고의 특별수익에 해당한다며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함이 타당하다”며 상속개시 시점의 부동산 가액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및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공제한 금액을 피고의 특별수익액으로 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상속인들의 권리 보호와 피상속인의 의사 존중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광득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된다고 본 판례는 형식적인 법률관계보다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의 관점, 유류분 제도의 취지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라며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돋보기]

판 커지는 유언대용신탁 시장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상속 및 증여 신탁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상속 및 증여 재산 규모는 188조4214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90조4496억원)보다 2.1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주목받는 금융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상속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위탁자가 자기 의사대로 상속을 진행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신탁 시장은 시중은행이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보험사들도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교보생명이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았으며 이미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도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 인가를 받은 상태다.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종합재산신탁은 하나의 계약으로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특수재산 등 다양한 유형의 재산을 함께 수탁해 통합 관리 및 운영하는 서비스다. 이는 크게 유언대용신탁, 증여신탁,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존 시 자기 의사대로 재산을 관리하고 사망 후에는 지정한 사람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증여신탁은 재산을 자녀에게 직접 물려주는 대신 금융회사에 수탁하는 구조다.

장애인신탁과 후견신탁은 의사능력이 없거나 약한 가족 관계에 적합한 상품이다. 이를 통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지급하며, 후견인 제도의 악용을 방지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사망한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고인의 뜻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신탁이다. 예를 들어 본인 사망 후 자녀에게 재산을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상속하고자 할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용 종신보험과 유언대용신탁을 동시에 계약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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