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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총 2400兆 역대 최대인데
지수는 2400~2800 박스권에 머물러
쪼개기 상장에 주주환원 부족 등 문제
LG엔솔 상장하자 시총 늘고 지수 하락
해외 주식 보관액 1250억 달러 돌파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서울경제]

10일 코스피 시가총액이 24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으나 코스피지수는 2860선으로 역대 최고 기록인 3305.21 대비 크게 낮습니다. 시총 대비 낮은 주가지수를 살펴보면 쪼개기 상장, 좀비기업 퇴출 부진, 미흡한 주주환원 등 한국 증시가 가진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사상 최대 시총과 그렇지 못한 주가지수가 개인투자자들을 해외로 떠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블룸버그 자료를 통해 한국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의 시총과 지수를 살펴봤습니다. 2002년 1월 1일 시총과 지수를 각각 100으로 놓고 7월 9일까지 변화를 따져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코스피 지수는 413.3으로 2002년 1월 1일 대비 4배 정도 상승했습니다. 반면 시총은 903.1로 9배 상승입니다. 시총이 지수보다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나스닥을 분석해보니 지수가 931.1, 시총이 1038.6으로 나타납니다. 20년 동안 지수는 9배, 시총은 10배 늘어난 셈입니다. 지수와 시총 증가 폭이 크게 차이나는 코스피와 달리 나스닥은 지수와 시총 증가 폭의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먼저 시총과 지수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지수 산출 방식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신규상장이나 증자, 상장폐지 등으로 주식 수가 달라질 때마다 주가지수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기준 시총을 조정합니다. 신규상장이나 상장폐지 때마다 기준 시총을 바꾸지 않으면 지수가 계단식으로 급등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장사가 늘어나면 시총 규모는 커지지만 코스피 지수는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 셈입니다. 다만 미국도 같은 방법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시총과 지수가 벌어지는 근본 원인으로 볼 순 없습니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피 시가총액 비교. 2002년 1월 1일을 100으로 놓고 환산. 자료: 블룸버그


증권업계에서는 지수 산출 방식보다는 쪼개기 상장이나 주주 환원 부진 등을 더 큰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자회사 분할 상장입니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늘어나면서 시총이 크게 증가하는 겁니다. 앞선 블룸버그 자료에서 2022년 1월 26일 코스피 시총을 환산한 지수는 772.5에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인 27일 792.7, 28일 807.5 등으로 큰 폭 상승했습니다. 반면 코스피 지수를 환산한 수치는 26일 390.5에서 27일 376.9로 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시총을 키운 반면 지수를 끌어내린 효과를 낸 셈입니다.

주주 환원도 시총과 지수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배당을 하면 배당금을 지급한 만큼 시총이 줄어들지만, 배당 기대감으로 주가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소각 역시 그만큼 시총이 줄어들 수 있으나 주당 가치를 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신규상장이나 증자로 시총이 늘더라도 주주환원으로 시총 감소와 주당 가치 상승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시총과 지수 간 괴리가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총과 달리 주가는 2022년 이후 줄곧 부진한 흐름입니다. 미국 S&P500지수는 2022년 말 3840에서 2023년 말 4770으로 상승한 데 이어 최근 사상 처음으로 5500을 돌파했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역시 2022년 말 2만 6095, 2023년 말 3만 3464 등으로 점차 상승하더니 최근 4만 포인트를 넘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를 살펴봐도 2022년 말 2603에서 지난해 말 3169, 지난달 말 3583으로 뚜렷한 상승세입니다.

반면 한국 코스피지수는 2022년 말 2236, 2023년 말 2655에서 지난 12일 2857.00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최근 한 달 사이에 빠르게 오르면서 2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난해 말 대비 상승률은 7.6%에 그칩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2400~2800선에서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동안 S&P500과 유로스톡스50은 각각 18%, 17%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일본 닛케이도 18%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미 샌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 전경. 사진제공=엔비디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밸류업과 반도체 수출 회복,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등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25조 5054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7조 924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은 6조 4212억 원 순매도입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50억 달러에 달합니다. 환율 1377원으로 환산하면 172조 원이 넘습니다. 코스피 시총 대비 7% 정도입니다. 해외 주식 투자금액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89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 373억 달러, 2021년 678억 달러에서 2022년 442억 달러로 감소했다가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 쏠림이 강합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항목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49%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테슬라(142억 달러), 엔비디아(131억 달러), 애플(52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41억 달러), 나스닥 지수를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ETF)가 34억 달러입니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스피 박스권 장세 지속과 주요국 증시의 상승, 기술주 성장에 대한 기대로 당분간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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