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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과 출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채택
2명 중 1 명 얼굴도장만 찍는 '커피 배징' 해
업무평가에 사무실 출석율 반영 불이익 우려
1주에 24시간 통근에 할애···교통비도 올라
재택 해이도 문제···오토 마우스 등 동원해
업무 조율 비용 등 '조율세' 커진 문제도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 또는 원격 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듯 했지만 회사는 다시 직원들을 직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기업은 ‘감시의 눈’을 벗어난 직원들이 불안하다. 아마존·메타·월마트·IBM 등 이미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제한하고 나섰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답답한 사무실을 대신할 ‘나(me) 맞춤형’ 업무 환경을 경험했다. 사무실로 복귀하기를 원치 않는 직원들과 그들이 사무실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믿는 회사는 ‘하이브리드 근무제(재택·출근 병행)’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효율성을 원하는 직장인들과 생산성을 원하는 기업 모두에게 만족스럽게 작동하고 있을까? 최상의 업무 형태를 찾기 위한 과도기 속에서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어려움을 이번 주 ‘일당백’에서 알아보겠다.



출근일수가 업무평가에 반영된다고?…‘출첵’ 위해 회사 들르는 직장인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커피 배징(coffee badging)’이다. 이는 직장인들이 가능한 재택 근무를 (자체적으로) 계속하면서도 최소한으로 직장과 회의실에 얼굴을 비추는 행동을 의미한다. 커피 한 잔을 출근의 증표처럼 들고 마시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시카고 건강보험업체에서 인터넷기술(IT)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아만다 씨 역시 커피 배깅을 하는 직장인 중 1명이다. 아만다 씨는 허프포스트에 “‘내가 여기 출근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최소 4시간 정도 머물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로 털어놓았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피곤하고 시간 낭비라는 점을 알면서도 커피 배징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출퇴근 보고서를 작성해 승진 등을 결정하는 업무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무실에 있고 싶지 않다.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집에서도 할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나는 100% 재택 근무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배징은 이미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화상회의 업체 아울랩스가 지난해 미국 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인 58%가 커피 배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배징을 하지 않은 응답자 중 8%는 커피 배징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직장 밖 업무를 더 선호하는 직장인들은 아만다 씨처럼 상사의 눈초리를 우려한다. 한 현지 매체는 “기업은 원격 근무가 임직원 간 권력 균형을 변화시킨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가능한 많은 직원들을 일터로 복귀시키기 위해 애쓰는 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직원들의 출석률을 단속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델은 하이브리드 근로자의 사무실 출석률을 등급화하기 위해 코딩 시스템을 도입했다. 법률회사 루이스실킨의 린다 하인스는 커피 배징에 대해 “냉소적이고 낭비스러운 전략”이라며 “직원들은 여전히 복장을 갖춰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데 이는 ‘일터로 돌아오라’는 명령에 복종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길바닥에…‘슈퍼 통근자’ 코로나 전보다 늘었다


일러스트는 모두 코파일럿


팬데믹 이후 출퇴근에 최소 90분 이상이 소요되는 ‘슈퍼 통근자(super commuter)’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래인라인의 설문조사(전철 통근자 1004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팬데믹 기간이나 팬데믹 이후에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슈퍼 통근자의 84%는 하이브리드 근무제 채택 이후 출퇴근 시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링크드인이 실시한 다른 조사(직장인 910명 대상)에서는 25%가 출퇴근에 1시간 이상을 할애했으며 8%는 90분 이상이 걸린다고 답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들을 두고 재택 또는 원격 근무를 하다가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살고 있는 곳과 일하러 가는 하는 곳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만다 멀린스 라티튜드 인사관리(HR) 책임자는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할지 몰라도 잦아지면 건강과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장인들의 통근 비용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시스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가장 붐비는 뉴저지 환승 3개 노선은 최악의 연착 빈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철 전역에서 취소된 열차는 6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많았다. 매일 수천 명의 통근자가 오가는 뉴저지 환승 노선의 모든 티켓들은 이달부터 가격이 15% 인상됐다.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통근하는 디아나 맥린은 “최근 맥해튼에 들어서기까지 2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집에서 세 아이들을 돌보는 데 더 어려움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오토 마우스’에 ‘조율세’까지…재택 근무 문제도 만만찮아




많은 직장인들에게 재택과 원격 근무는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에게는 일하지 않고도 일한 척 할 수 있는 연막이 되기도 한다. 틱톡과 레딧,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는 사용자의 활동을 감시하는 회사 컴퓨터와 장비를 속이기 위한 다양한 팁과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범용되는 것은 ‘마우스 지글러’다. 사용자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더라도 마우스 커서를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타이핑을 치게끔 만드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도 사용된다. 틱톡 인플루언서인 쇼 드완이 공유한 끊임없이 자동 재생되는 프레젠테이션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이 만연하자 웰스파고는 5월 일하는 척한 12명의 직원들을 색출해 해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사무실에 없는 동료와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직장인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속에서 동료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조율세(coordination tax)’라고 지칭했다. 조율세는 화상 회의에 빠진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새로운 대면 약속을 잡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누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 뉴욕에서 광고 제작 디렉터를 맡고 있는 로렌 밀러 게레로는 “매주 특정 요일에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각 팀에 요청을 보내더라도 실제로 동료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퀄트릭스가 지난해 직장인 3만 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다른 팀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69%로 2022년(73%)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실시한 조사(성인 3만 1000명 대상)에서도 절반가량이 자신의 팀 동료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WSJ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에서 팀과 소통하는 데 불편함을 겪은 직원은 경력을 쌓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이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2배로 높았다.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일의 기쁨과 실망’ 속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옆 나라와 옆의 옆 나라 직장인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 하는 삶’에 대해 세계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매주 일요일 ‘일당백(일요일엔 당신이 궁금한 100가지 일 이야기)’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글로벌 미생들의 관심사를 다뤄보겠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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