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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 압수수색’(16)]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포렌식 절차는 선택적으로 참관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범죄사실 전체를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고, 일부라도 다투어야 할 경우 또는 휴대폰에 어떠한 정보가 들어있는 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라면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휴대폰 포렌식 절차는 현장에서 압수해 온 휴대폰 등 전자매체가 제대로 봉인되어 있는지를 확인한 후, 봉인지를 뜯고 압수물 안의 파일을 포렌식 기계 등을 통하여 추출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후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을 따져 필요한 파일이나 정보를 선별한 후 압수한 전자정보 등의 목록을 교부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현장에서는 휴대폰을 압수한 후 압수물 봉지에 넣고 봉인지를 붙입니다. 이렇게 밀봉을 하는 이유는 압수물을 가져간 수사기관이 혹시 봉인지를 몰래 뜯고 휴대폰을 몰래 살펴보는 위법행위를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휴대폰을 압수당한 상태 그대로,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는 지 확인하는 것이지요.

압수 현장에서 밀봉을 하고 그 위에 봉인지를 붙여 서명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봉인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봉인지는 접착면이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서, 뜯게 되면 티가 납니다.

물론 피압수자가 모르게 봉인지를 몰래 뜯어 압수물을 확인하는 수사기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봉인지가 제거된 상황이 드물게 발생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한 것은 명확한 것이지요.


휴대폰을 봉인지에서 꺼낸 후에는,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는 포렌식 장비와 휴대폰을 연결하여 휴대폰 저장장치 전체를 이미징하는 등 전체 파일을 추출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 자체는 보통 녹화됩니다.

선별 절차는 반드시 참여한다

반드시 참여해야 할 과정은 추출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선별 과정입니다. 휴대폰의 저장용량은 128기가, 512기가 등이므로 포렌식을 하게 되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성됩니다. 포렌식 수사관은 추출된 정보를 문서, 사진, 동영상, 메시지, 바탕화면 등 임의로 생성한 카테고리에 저장합니다.

선별은 이 카테고리에 있는 여러 정보들을 영장 기재 범죄혐의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작업입니다. 일종의 ‘골라내기’ 이지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범죄증거를 찾는 과정입니다. 이 때문에 ‘선별’ 과정에서 수사기관과 압수 당사자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확보하려 하고 압수 대상자는 그 범위를 줄이려고 합니다. 범죄혐의와의 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 영장에 적힌 기간과 장소를 벗어나지는 않는지 등 영장에 적힌 모든 사항을 생각하면서 하나씩 꼼꼼하게 정보를 선별해야 합니다.

특히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는 당연히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수사기관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증거는 영장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장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도, 영장 범위 밖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영장에 A가 저지른 절도 행위와 관련성이 있는 정보’라고 되어있다면, A가 절도 장소에 가면서 생성한 정보는 절도 행위와 관련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선별에 참여하면, 절도 장소에 가면서 생성된 정보는 관련성이 없으니까 압수하면 안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별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압수가 되는 것이지요. 즉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가 압수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별’ 절차에는 꼭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선별과정에 참여하여 이의를 제기한다고 정보가 압수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선별 종료 시 “절도 장소에 가면서 생성된 정보는 관련성이 없으니까 압수하면 안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압수하였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합니다”라는 이의제기 사항을 수사서류에 남겨서, 나중에 법원 공판 절차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압수하고는 싶은데, 차후 문제 제기가 들어올 수 있으니 압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압수수색대응팀.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쫄지 마, 압수수색(2024. 6. 좋은땅 출판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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