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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9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행사장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또다시 거친 설전을 벌였다. 발단은 9일 홍 시장이 올린 페이스북 글이었다. 홍 시장은 “한동훈은 지금 유승민의 길로 가고 있다”며 “배신의 정치에 당해본 우리 당원이 그걸 잊고 또 당할까”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선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걸 지적하며, 유 전 의원을 배신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권 추락은 홍 시장 같은 기회주의자의 득세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 힘이 빠지면 누구보다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자가 바로 ‘코박홍’ 같은 아부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홍 시장의 사진 두 장을 함께 올렸다. ‘코박홍’은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인사했다는 의미의 비하 표현이다.

설전은 동영상 공방으로도 확대됐다. 유 전 의원은 10일 홍 시장의 과거 입장 바꾸기 논란,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 등을 겨냥한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이에 홍 시장은 2011년 유 전 의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를 끝까지 지키고 아무리 위기가 오더라도 지킬 사람이 누구냐”라고 발언한 영상을 올려 맞불을 놨다

11일에도 난타전이 이어졌다 유 전 의원은 홍 시장의 과거 특활비 의혹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재했고, 홍 시장은 “나는 나머지 정치 역정에 배신자들과 같이 가지 않는다”고 역공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2005년 발간된 홍 시장의 자서전에 실려 논란이 됐던 ‘돼지 발정제’ 대목을 게시하며 “보수의 수치”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과거 이 논란에 대해 “대학교 1학년 때 같은 하숙집에 있던 학생이 한 일을 말리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었다.

2021년 10월 29일 서울 마포구 채널A 상암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두 사람이 리허설 하는 모습. 뉴스1
둘의 다툼을 놓고 여권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8월에도 두 사람은 충돌했다. 유 전 의원이 먼저 라디오에서 ‘배신 프레임’을 반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윤핵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 그때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 드글드글 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이) 탄핵 때 박 전 대통령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은 배신자로 불려도 이상할 게 없다”며 “하지만 나는 박 전 대통령과 아무런 개인적 신뢰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지난해 1월에도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 대구를 방문한 유 전 의원은 홍 시장을 겨냥해 “대구시장이 남 비난하고 페이스북 글이나 쓰는 할 일 없는 자리인가”라고 날을 세웠고, 홍 시장은 “연탄가스처럼 틈새만 있으면 당원과 국민을 이간질하는 못된 버릇을 고치라”고 받아쳤다. 당시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우던 유 전 의원과 윤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홍 시장의 입장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8년 6울 6일 국립대전현충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정치 경력 29년(홍 시장), 25년(유 전 의원)인 여당 중진이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견원지간이 된 기점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본다. 홍 시장은 당시 당에 남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유 전 의원은 탈당해 비박계가 모인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홍 시장은 과거 핵심 친박계였던 유 전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어려울 때 등 돌렸다며 “배신의 정치”라고 몰아세웠고, 유 전 의원은 홍 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대선 후보 때 “탄핵당해도 싸다”고 말한 것을 고리 삼아 “적반하장”이라고 공격했다.

여권 관계자는 “2017년 대선,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것도 앙금을 키웠을 것”이라며 “대구의 상징적인 정치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 사이에 예전부터 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도 갈등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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