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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선웅의 인간과 오가노이드
뇌 오가노이드

오가노이드로 사람 뇌질환 모사
유전자 서열 변이 관찰하는 방식
치매환자에 특정약물 처방 가능
정교한 ‘신경회로 설계’ 과제로
(왼쪽) 14개월 배양 성숙한 뇌 오가노이드 모습. 3차원 신경회로망이 구성돼 있다. (오른쪽)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시도한 신경관 결손 발달장애 모델링 작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주현 박사 제공

뇌는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데 꼭 필요한 장기다. 그만큼 우리의 뇌가 다른 동물과 다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오가노이드 기술로 사람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일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려는 노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뇌 연구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생명과학 연구 기술은 생명체를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 중요성에도 사람의 뇌를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사람 유전자’ 가진 모델 이용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의 뇌와 유사하되 다양한 연구 방법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뇌 오가노이드’의 출현은 뇌과학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사람 줄기세포로 만드는 뇌 오가노이드는 사람 뇌가 발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사람의 대뇌피질은 다른 동물들보다 월등히 큰데 이 과정에는 사람만 가진 독특한 뇌줄기세포들이 필요하다. 대뇌 오가노이드에서도 사람만 가지는 뇌줄기세포가 생겨난다. 또 인간 중뇌에 있는 까만색의 ‘흑질’은 사람이나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에서만 보이는데 2016년 인간 중뇌 오가노이드도 까만색을 보인다는 사실이 발견(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 의대 제현수 교수 연구팀)됐다. 이런 관찰들은 뇌 오가노이드가 상당한 수준으로 인간 뇌 발달의 특이점을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뇌 오가노이드가 사람 뇌의 특징을 잘 반영한다는 것은, 사람의 뇌질환을 더 잘 모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유전적 뇌질환을 가진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문제점을 오가노이드에서도 모델링할 수 있었다.

많은 뇌질환의 원인이 유전적인지 아니면 환경적인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유전자 서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소소한 특징이 드러나는 것인데, 어떤 유전자 서열의 변이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일 것인지를, 무수한 유전자 변이들 사이에서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전학자들은 환자의 증상과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률적으로 얼마나 관련돼 있는지를 계산해낼 수 있다. 확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건 확증적이진 않다는 말이다. 과학계에서 확증적이라고 말하려면 연관성이 높다는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유전적 연관성의 인과관계를 확증하기 위해서 가장 흔히 사용해오던 방법은 마우스 등 실험동물에게 환자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유전자 변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킨 뒤, 환자에서 관찰된 것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지 검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과 실험동물의 유전자 서열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사람 유전자를 가진 ‘사람화된 모델’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사람 오가노이드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해 환자에서 관찰된 유전자 변이를 정상 줄기세포에 도입해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환자에게서 관찰된 증상이 여전히 관찰되는지를 검토한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 변이가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지 알아낸 연구 결과가 놀라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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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까지 설계한다면

이러한 방식에도 약점은 있다. 많은 질환이 단 하나의 유전자 변이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여러 개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와 완전히 똑같은 유전적 조성을 갖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증상을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치매와 같이 복잡한 질환의 진단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2021년 묵인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조광현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은 원인 불명 치매 환자의 역분화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치매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노인반이 정상 오가노이드보다 더 잘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노인반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치매 환자의 뇌 신경세포 밖에서 뒤엉켜 쌓인 것으로, 노인반이 형성되면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치매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 치매 환자의 오가노이드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분석한 뒤 이 환자에게 처방해볼 만한 약물을 찾는 방법을 설계했다. 아직 환자에게 직접 처치해보고 실제 효능이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그럴듯한 접근법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선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모든 성과들은 뇌 오가노이드 기술이 없었다면 근처에도 가볼 수 없는 것들이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뇌질환 관련 연구들은 흥미롭지만 아직 한계도 많다. 대표적으로 뇌 오가노이드 안에 있는 신경회로는 실제 인간의 뇌처럼 정교하지는 못해서 신경회로의 미묘한 오류로 인해 일어나는 뇌질환(주로 정신과적 질병)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이런 질환들은 대체로 사람의 이상행동을 보고 진단하게 되고, 실험동물을 가지고 모델을 만든 경우도 이상행동을 측정해서 증상이 보이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뇌 오가노이드는 근육이 없기 때문에 움직임이 없다. 움직이지 못하니 이상행동 측정 방식으로는 오가노이드의 문제점을 찾을 순 없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들을 잘 연결해서 원하는 신경회로를 만들어내거나, 뇌 오가노이드의 신경신호를 잘 측정해 행동이 아닌 뇌신호로 증상을 해석해보려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더 고차원적인 뇌 오가노이드 신경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또 한 차원의 기술 진보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이러한 방법이 확립되는 과정은 사람 뇌가 어떻게 작동해 우리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어릴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집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대학에 진학하고 발생학에 관심이 생겨 신경발생학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첨단기술의 과학’, ‘생물학 명강 3’ 등의 책을 썼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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