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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복구 작업 중인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자원봉사 손길 이어져
아지랑이 피어오를 정도의 '헉헉' 대는 무더위에도 복구작업 계속


정뱅이마을 수해복구 작업 중인 육군 장병들
[촬영 강수환]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더운 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죠. 수재민들 마음에 비하면야…."

13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엔 사흘간 이어진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도 기관사인 김효준(55) 씨는 수해를 입은 직장 동료를 위해 아침부터 나와서 복구 작업을 거들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땀을 닦아내던 김씨는 "이렇게 수해를 입었는데 더운 것쯤은 별것도 아니죠. 같은 지역 주민으로서 그냥 마음이 아파요"라며 "오늘 야간 출근하기 전까지는 계속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전이었음에도 그늘 하나 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에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불과 사흘 전 이곳에 물이 가득 찼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날씨였다.

모자와 수건을 뒤집어써도 피할 수 없는 더위에 봉사자들 땀이 머리에서 얼굴, 목으로 온몸을 타고 연신 흘러내렸다.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정뱅이마을
[촬영 강수환]


이날은 아침부터 육군 32사단 장병 120여명과 대전경찰청 직원 50여명, 서구청 직원 80명, 자율방재단원 75명, 장종태 국회의원실 직원 15명, 기업체 직원 등이 수해 복구 봉사에 참여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집 안과 밖에 가득 찬 진흙더미를 물로 씻고, 물과 흙에 뒤엉켜 못쓰게 된 가재도구를 집 밖으로 옮겼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바닥에 발을 내디디며 더위가 집어삼킨 공간에서 쉴 새 없이 가재도구를 옮기면서 봉사자의 몸도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흐르는 땀에 손이 저절로 시원한 물병으로 향했다.

숨쉬기조차 힘겨운 더위에 물 한 잔이 다시 일할 동력을 줬다.

온통 진흙더미로 덮인 집에서 집기류를 들고 나르던 한 장병은 "이웃이기도 하고 작전지역인 곳이라 (피해를 보니)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지인을 따라 자원봉사를 하러 온 중구 주민 김모(70·여) 씨도 "이런 건 생전 처음 봤는데 비참하기 그지없다"며 "마음이 말도 못 한다. 완전히 폐허다 폐허"라고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깨물었다.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정뱅이마을
[촬영 강수환]


이곳에서 평생을 산 김용태(59) 씨는 아내와 둘이 망가진 세간살이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 이날 오전 7시부터 나와 있었다.

김씨를 도와 집기류를 정리하던 이웃 주민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아 힘들어 못 살겠다"는 말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침수 이후 집 상태를 처음 봤다는 최모(29) 씨는 진흙투성이가 된 채로 바깥에 버려져 있던 자기 가방과 작은 인형을 한참을 내려다보고 만지작거렸다.

최씨는 "정말 아무것도 안 남았다"면서도 "그래도 많은 분이 직접 오셔서 도와주시니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전했다.

도마1동 자율방재단장인 김영민(71) 씨가 잠시 쉬는 틈에 벗은 장갑에서는 땀으로 고인 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김씨는 "몇 년 전 정림동 아파트가 물에 잠겼을 때도 봉사활동을 나갔었는데 몇 년 만에 대전에 닥친 수해라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마을 주민분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싶어 위로하기 위해 좋은 마음으로 단원들과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수해 복구 작업으로 땀 찬 장갑 속
[촬영 강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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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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