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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콘텐츠 제작자에게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성애와 테러를 조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과거 사우디 정부가 중형을 선고했던 다른 사례들까지 재조명되면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AP

사우디 법원은 미국·사우디 이중국적자 압둘아지즈 알무자이니에게 징역 13년과 출국 금지 30년을 선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했다는 판결문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그가 지난 2015년 트위터(현재 엑스·X)에 “오직 신만이 팔레스타인을 구원할 수 있다. 아랍 국가들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힘들다”라고 쓴 글을 문제 삼았다. 2014년에 “약에 취한 상태가 아니면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 살 수 없다”라고 쓴 글도 혐의 중 일부로 봤다.

사우디 검찰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는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송했다”라면서 알무자이니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법원은 “피고인이 극단주의적 사상을 지지했으며 사회 구조와 국가 통합을 불안케 하려 했다는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유죄를 선고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다.

사우디가 뜬금없이 10년 전 SNS 게시글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알무자이니가 넷플릭스와 맺은 파트너십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알무자이니가 제작한 ‘마사미르 지구’는 격변하는 사우디 사회를 풍자한 성인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그의 작품은 넷플릭스에 두 번째 시즌까지 나왔다. 마사미르 지구는 부족 간의 갈등, 지하드주의 등 사우디에서는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는데, 심지어 사우디에서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인 동성애가 암시되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지도자들이 알무자이니를 눈엣가시처럼 여긴 것으로 전해진다.

알무자이니가 처음부터 사우디 당국의 감시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원래 그는 사우디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초청되는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그러나 알무자이니에 대한 중형 선고로 빈살만 왕세자의 이중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에도 사우디 정부는 눈에 거슬리는 일반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건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사우디 사회의 이중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르몽드는 “빈살만이 왕세자가 된 이후 사우디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에 대한 유죄 판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라고 했다. 서구에서 MBS라는 이니셜로 불리며 ‘개혁 군주’로 떠오른 빈살만 왕세자가 사실은 ‘냉혹한 독재자’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지난 2023년 사우디 정부 는 치대 학생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인 살마 알 체합에 대해 여성 지지에 관한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로 27년의 징역형과 27년 출국금지를 선고했다. 같은 해 은퇴한 교사인 모하메드 알 감디는 왕국의 인권 침해를 비난하는 메시지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20대 여성 파티마 알샤와르비는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빈살만 왕세자의 이중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국가정보국(ODNI)이 2018년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는 기밀 보고서 일부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80여 년간 금지됐던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활기찬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 2030′을 추진하며 ‘개혁 군주’로 행세했던 빈살만 왕세자가 ‘냉혹한 독재자’로서의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란 점을 확인하는 보고서였다.

르몽드는 “빈 살만 왕세자가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처벌’이다”라면서 “여성에게 운전할 권리를 부여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인 빈살만은 한편으로는 사소한 반대 의견에도 절대적인 편협함으로 대응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르몽드는 “두 얼굴의 왕세자 빈살만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우디를 변화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1985년생인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7년 6월 본인보다 26살 많은 사촌 형 빈나예프 당시 왕세자를 밀어내고 제1왕위계승자가 됐다. 빈살만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술 판매 규제를 푸는 등 전례 없던 사우디 통치자의 모습을 보이며 개혁 군주로 떠올랐다. 서구에서는 빈살만 왕세자를 ‘MBS’라는 이니셜로 부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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