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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략]


최근에 열리는 다양한 글로벌 인재 개발 콘퍼런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다양성 포용’이다. 성소수자나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 게 기업 운영에 중요함을 어필한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엔 ‘다양성 포용 전략’을 담당하는 ‘포용 전략팀’이 있다. 이들의 고민은 단순하다. ‘우리가 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계속해서 묻는다.

이들의 콘텐츠가 장애인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인적 구성에서 젠더 편향은 없는지, 인종 및 민족 대표성을 반영해 임원진이 구성돼 있는지 등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를 ‘다양성 리포트’로 정리해 발간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한민국 리더들은 ‘이런 건 미국처럼 다민족, 다인종 국가에서나 할 법한 고민이잖아’라는 생각한다.

어떤 조직에선 이렇게 묻는다. “넷플릭스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상대하는 비즈니스(B2C)니까 그런 게 중요하지 우리는 기업 거래(B2B)만 하니까 다양성 포용이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은데요?”

단순히 생각하면 맞는 지적 같아 보인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 디즈니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성 포용을 실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양성 포용으로 만들어지는 ‘다름’이 주는 ‘시너지’ 덕분에 회사의 성과 달성에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다양성 포용은 선택 아닌 필수생각 패턴이 다른,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살아온 환경이 다른 이들을 잘 ‘섞었을 때’ 예상치 않았던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다. 우리나라가 미국만큼 인종 다양성이 크진 않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나. 아니다. 개인 고객이 아닌 기업 고객만 상대하니까 시너지를 낼 필요가 없을까. 더더욱 아니다.

결국 다양성 포용은 국가, 업종의 이슈가 아닌 더 나은 성과를 만들고 싶은 기업이라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실천할 수밖에 없는 과제인 셈이다. 그럼 우리가 포용해야 할 다양성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가치’의 다양성이다. 가치는 각자 살아가는 판단의 기준점이다. 나와 상대가 중시하는 가치가 같다면 부딪힐 일이 별로 없다. 반대로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 함께 지내야 한다면 갈등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구성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직원은 급작스러운 업무 변동이 생기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조직에서 배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다. 다른 동료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을 힘들어할 수도 있다. 본인이 해야 할 것을 남에게 맡기는 게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어서다.

만약 이런 구성원과 함께 일하는 리더도 이걸 중요시한다면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리더가 배려보다 모험이나 도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면 어떨까.

새로운 업무를 맡길 때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일이 늦어지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확률이 높다. 이처럼 가치가 다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가치의 다름이 갈등이 아닌 시너지가 되려면 구성원 각자가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하다. 가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가치의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해 한발 더 들어간다면 ‘무관심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떠올려 본 적도 없는 가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리더가 ‘형평성’이란 가치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 리더는 공정하게, 평등하게 대하는 것보다 일이 효율적으로 잘 진행되기 위한 행동을 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게 어떤 구성원에겐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형평성을 보이지 않는 리더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직원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오해는 하지 말자. 그렇다고 내가 관심도 없는 가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왜 그래’라고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만 않으면 된다. ‘상대방은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주는 것, 이것이 가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모습이다.

둘째, 포용해야 할 것은 경험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나의 현재는 과거의 다양한 경험이 모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의 과거 행동을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일을 정말 꼼꼼하게 챙기는 A 구성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빈틈없이 일을 마무리해 주니 든든하다. 반면 스피드 하나는 끝내주는 B 직원이 있다. 중간쯤 했을까 싶어 확인하려고 하면 이미 초안을 들고 오는 식이다.

현재는 과거의 경험이 만든 결과둘 다 함께 일하면 참 좋을 동료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둘이 함께 일할 때다. A는 B를 보면서 ‘왜 저렇게 일을 대충 하지?’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B는 A에게 ‘저렇게 느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답답해한다.

사람을 판단할 때 지금을 만든 과거를 함께 들여다보면 어떻게 될까. A가 저렇게 일하게 된 데에는 과거에 섣불리 일을 마무리 지었다가 큰 실수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을 수 있다.

상위 리더와 충분히 논의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한 덕분에 다들 안 될 거라고 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속도보다 정확히 현재 A의 업무 행동으로 자리 잡힌 셈이다.

B도 마찬가지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좀 더 알아보는 검증 과정을 거치던 사이 시장 환경이 바뀌어서 기회를 놓쳤던 아쉬운 경험, 반대로 생각이 숙성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일이 잘 풀렸던 기억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완벽함보다는 일단 실행이 B의 현재 모습이 된 것이다. 어떤가. A와 B의 과거 사연을 듣고 나면 이들의 행동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사람은 자신의 과거만 알기에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는 당당하고 당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도 과거는 있다. 그 경험이 나의 그것과는 다르기에 현재의 모습이 다른 것일 뿐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동료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직원의 과거를 한번 궁금해해 보자. 가능하다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내가 짐작할 수도 없었던 성공 혹은 실패의 경험이 그 직원의 현재를 만들었을 수 있다. 그걸 알게 되면 상대에 대한 포용이 조금은 쉬워질 것이다.

글로벌한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니 ‘다양성 포용’이라는 하지 않아도 될 고민까지 해야 한다는 하소연을 하는 분들도 가끔 만난다. 이들에게 다양성의 원조는 K-푸드의 대표 음식 ‘비빔밥’을 떠올려 보면 심플하다.

채소, 고기, 밥, 각종 양념이 뒤섞여서 맛있는 한 그릇이 나오는 비빔밥이야말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대표적인 모습 아닐까. 그러니 다양성 포용을 너무 어려운 숙제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장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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