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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양육 포기·알권리 침해 반대도
"촘촘·정교한 상담 통해 익명 출산 줄이고, 
부모 정보 접근할 수 있도록 법 개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법 제정 전부터 찬반 논란이 거셌던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1주일 뒤인 19일부터 시행된다. 두 법은 출생신고도 없이 숨지거나 유기되는 '갓난아이의 비극'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근거로 한다. 또한 출생통보제로 인해 위기 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오히려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됐다. 신분 노출을 원치 않는 임신부는 가명(관리번호 부여)으로 병원 바깥에서 출산한 뒤 아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로 위기 임신부들은 출산 전부터 각 시도에 마련된 지역상담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상담 등을 받게 된다. 필요한 경우 출산 전후 주거와 돌봄 지원도 제공된다. 미혼모들은 아이와 산모 모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홀로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 산후관리나 건강검진을 제때 받지 못해 몸이 상하거나, 아이 역시 생모 외 가족 구성원들의 부재로 발달상 지연이 나타나는 경우가 잦아서다. 6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전선아(46)씨는 2년 전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아이도 언어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씨는 "보호출산제가 있었다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양육을 하고 건강도 잃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엄마들을 살릴 수 있는 법이 지금이라도 시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고아권익연대 등 유관 단체가 보호출산제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그러나 익명 출산이 합법화되면서 양육을 쉽게 포기하는 산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은 여전하다. 보육원에서 생활지도를 맡았던 김시영(26)씨는 "보호출산도 또 다른 유기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에 관한 정보 열람에 한계가 있는 것도 문제다. 보호출산을 하는 임신부는 자신의 이름과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은 경우 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모가 서류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은 제외한 채 공개된다. 이 경우 해당 자녀는 자신의 뿌리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 보육시설에서 자란 유진수(55)씨는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기 임신부와 주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 양육을 포기할 가능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익명 출산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상담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보호출산제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위기 임산부들에게 원가정 양육을 설득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상담 인력을 현장에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신부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들이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방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된 뒤 원할 경우 부모에 대한 정보을 알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아권익연대 등 유관 단체는 이달 8일부터 국회 앞에서 '보호출산제 폐지 및 유기피해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유기피해인 특별법은 보호출산제로 신원이 가려지는 부모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하고, 유기 아동이 겪은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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