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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모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별 고유운동 관측해 은하 동역학 분석
은하 중심부터 외곽까지 암흑물질 고루 분포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관측한 용자리 왜소은하. 왼쪽은 DSS(Digitized Sky Survey), 오른쪽은 허블우주망원경 촬영본이다./NASA/ESA


한인 과학자가 이끄는 연구진이 우주에서 암흑물질의 분포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연구진은 20년에 가까운 소형 은하 별의 고유운동을 분석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용자리 왜소은하에서 별의 고유운동과 시선 운동을 분석하고 내부 운동을 측정해 암흑물질 분포를 모델링했다”는 연구 결과를 11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에 불과하고 70%는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라고 본다. 나머지 25%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암흑물질로 불린다. 암흑물질은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우주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은하단에 모여있는 은하는 질량과 회전 속도를 고려했을 때 밖으로 튕겨 나가야 하지만, 이를 붙잡을 만한 질량의 암흑물질이 있어 형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빛이 나오지 않아 직접 관측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천체들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가상실험)으로 암흑물질의 분포를 유추하고 있다. 연구팀이 암흑물질의 분포를 알아내기 위해 주목한 것은 은하를 이루는 항성(별) 수백 개의 ‘고유운동’이다. 천체가 시간에 따라 천구(天球)에서 바꾸는 위치를 말한다. 은하를 이루는 별들의 고유운동을 알면 은하 전체의 동역학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별의 고유운동을 측정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18년 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별의 위치는 10년이 넘는 간격을 두고 관측해야 할 정도로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변한다. 연구진은 용자리 왜소은하의 정확한 고유운동을 파악하기 위해 20년에 가까운 자료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고유운동은 은하를 이루는 별들의 이동 경로를 3차원으로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암흑물질의 분포를 파악하는 데 사용한 기존 모델들은 모두 시선 운동 데이터만 사용했다. 하지만 시선 운동은 관측자를 기준으로 보이는 움직임만 파악할 수 있어, 별의 3차원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다. 별의 실제 움직임을 담지 못하다 보니 암흑물질 분포 시뮬레이션의 계산도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고유운동과 시선 운동 데이터를 포함한 축대칭 모델링으로 암흑물질 분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암흑물질은 은하 중심부에서 외곽까지 고르게 퍼져있는 ‘코어 형태’를 띄고 있었다. 암흑물질이 은하 중심부터 외곽까지 고르게 퍼져있을 때 은하는 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 모양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손상모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관측한 구형왜소은하는 암흑물질로 가득 찬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왜소은하에 대한 고유운동 관측으로 암흑물질 모델링이 훨씬 정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왜소은하도 관측했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비밀을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었던 건 34년째 임무를 수행 중인 허블우주망원경 덕분이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학연구소는 허블우주망원경의 20년 치 관측자료로 중간질량 블랙홀을 찾아내기도 했다. 임무 기간이 긴 만큼 시간에 따른 특정 천체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손 수석연구원은 “고유운동을 잘 측정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18년의 기다림이 맺은 결실”이라며 “허블우주망원경이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좋은 성능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개발에 참여한 한국인 과학자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손 연구원은 제임스웹에서도 거울의 광학초점면을 담당하는 팀에서 망원경에 쓰이는 거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제임스웹팀의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이기도 하다.

참고 자료

The Astrophysical Journal(2024), DOI: https://doi.org/10.3847/1538-4357/ad571c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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