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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불가피한 경·공매 피하기 위한 파킹” 지적
출자 펀드에 PF 채권 매각해 시간 벌기 목적
연체율 낮추고, 충당금 부담도 줄어
“진성 매각 의심된다” 지적도

일러스트=손민균

저축은행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위해 자체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가 ‘파킹 거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PF 사업장 경·공매 대신 자신이 투자금을 출자한 펀드에 PF 채권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입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손해를 보고 PF 사업장을 팔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펀드에 잠시 파킹해 둔 뒤 향후 주택 시장이 회복된 후 매각해 수익을 내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PF 펀드의 수익자는 자금을 출자한 저축은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이 펀드에 부실채권을 넘기면 부실자산이 줄어 연체율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도 줄어들게 됩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죠.

금융 당국은 PF 정상화 펀드를 도입한 취지가 변질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진행 중인 3차 펀드 조성에 제동을 걸고, 앞서 만들어진 1·2차 펀드들이 적법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저축은행 10곳이 참여한 330억원 규모의 1차 펀드를 조성한 뒤, 지난달엔 27곳이 참여한 51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매각이 시장 수요 및 가격 차이, 대주단 협의 난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협상력을 갖고 신속하게 재구조화를 추진하기 위해 집합투자기구인 PF 정상화 펀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당초 목적과 달리 저축은행들이 자신들의 부실채권을 펀드에 넘겨 구조조정 책임을 회피하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축은행이 펀드에 넘긴 PF 사업장은 사업성 평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성 평가 결과 ‘부실 우려’에 해당할 경우 경·공매에 나서야 하지만, 펀드로 넘긴 사업장은 재구조화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성 매각’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진성 매각은 매각과 매수가 실제로 이뤄졌느냐에 대한 회계상 판단인데, 저축은행이 부실채권을 자신이 투자금을 출자해 만든 펀드에 파는 행위를 실제 매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매각자와 매수자(수익자)가 동일해 진성 매각 논란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이 펀드의 태생적 한계지만, 1차 펀드와 달리 2차 펀드는 매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거래가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예를 들어 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한 A저축은행은 3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500억원을 투자한 B저축은행은 5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식인데요. 의도적으로 금액을 일대일로 매칭한 것인데, 이를 진성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차 펀드를 조성할 때는 투자금을 내려는 곳이 없어서 300억원도 금융 당국 독려에 겨우 모았다”며 “2차 조성 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당초 목표액(2000억원)의 2배가 넘는 돈이 몰렸는데, 이러한 편법 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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