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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보호복지공단 ‘긴급지원’ 사업
출소자에 생활비 주고 직업훈련까지
지원자 재범률 0.2%… 갱생 성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자녀 둘을 키우는 최모(51)씨는 사기 혐의로 1년 8개월간 복역하고 2015년 출소했다. 최씨는 18년간 수입 트럭 영업사원으로 일했지만, 불황으로 자금이 경색돼 차량을 제때 출고하지 못하게 되며 졸지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출소했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 최씨를 도운 것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긴급지원’ 사업이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생활비 10만원을 받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무일푼 상태로 사회에 나선 최씨와 아이들이 당장 숨 쉴 구멍이 됐다. 이렇게 급한 불을 끈 최씨는 이후 취업 지원금 2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아 사회에서 버스 기사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가뭄 끝의 단비 같은 돈이었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1만명 넘어선 출소자 ‘긴급지원’
법무보호공단의 ‘긴급지원’ 사업은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전과자들 가운데 지원 필요성이 있는 이들에게 소정의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최씨처럼 이 사업의 도움을 받은 수혜자는 지난해 처음 1만명(중복인원 포함)을 넘어섰다.

12일 국민일보가 공단으로부터 입수한 ‘긴급지원 사업 실적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긴급지원 대상에 오른 전과자는 모두 4만2764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031명이었던 대상자가 지난해 1만201명으로 45.1% 증가했다.

지원 대상 한 명당 평균 지원받은 금액은 15만원 안팎이었다. 최근 5년 중엔 2020년이 평균 16만3036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 14만2235원으로 소폭 줄었다.

공단은 긴급지원이 형사·보호처분을 받았던 이들이 당장 생활비가 없어 다시 범죄 늪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사후 교정’ 차원의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백원민 법무보호위원 제주지부협의회장은 “피해자 보호 단체는 많지만, 가해자를 보호해주는 단체는 우리가 유일하다. ‘떳떳하게 월급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공단 심사위원회에서 신청자의 상황과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상자를 결정한다.

특히 출소 직후 직면하는 ‘경제적 빈곤’이 재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공단 측에 따르면 출소자의 재범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출소 직후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긴급복지 혜택 등을 받으려면 신청 후 약 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교통비, 생계비 등을 지원해 이 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긴급지원 외에도 취업·창업·주거·가족·결혼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취업훈련 참여시 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자녀 급식비나 학비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출소자가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책임질 수 있게 돕는 것이 핵심이다.

송효종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소자들이 사회에서 버림받고 유리돼 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자에 웬 현금’ 부정 시각 있지만
다만 공단의 지원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적지 않은 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전과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 가운데는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 여론이 불가피하지만, 출소자에 대한 구호 조치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김병배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현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긴급지원은 출소자가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종잣돈을 형성해주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과자들에 지원되는 비용은 이들이 잘 먹고 잘 입기 위한 게 아니라, 재범을 예방해서 국민을 안전하게 돕기 위한 비용”이라고 부연했다.

송 교수도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악용 소지나 피해자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재범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원 대상자 재범률 사실상 0%
실제 이런 지원 사업의 재범률 저하 효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공단이 공개한 긴급지원 포함 ‘5대 중점 지원사업’ 수혜자의 재범률은 0.2%에 불과하다. 송 교수는 “한국 전체 범죄 건수에서 재범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가깝다.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또 저지르는 구조”라며 “재범을 방지하는 지원 시스템에 투자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현재 지원되는 금액이 너무 적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긴급지원은 출소자의 재사회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사업인데, 1인당 평균 15만원은 너무 적다”며 “숙소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방값과 식비로 하루 만에 다 쓸 수도 있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긴급지원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최씨는 “출소자들은 무일푼인 경우가 많아 단돈 10만원도 소중한 금액”이라면서도 “행정복지센터 긴급생계비 등과 비교해봤을 때 공단 긴급지원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금액이 소액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공단의 긴급지원 사업은 정부 예산 없이 전액 후원금으로만 충당된다.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지원자 수가 증가하면서 1인당 지원 금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출소자 수도 2018년 2만2484명에서 2022년 2만9469명으로 7000여명 늘었다.

공단 측은 “본래 긴급지원은 최대 1회로 제한됐지만, 2021년부터 긴급지원 추가지원을 시행해 지원 건수가 증가하게 됐다”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보호 대상자가 증가하며 이에 따라 지원 건수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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