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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 80대, 숙부 사건 3년 넘게 지연
진화위 조사관 “왜 시간 끄는 건지 모르겠다”
11일 오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진실화해위 김광동 위원장의 국회 탄핵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학살자유족회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문을 애타게 기다리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유족들은 “진실화해위의 조사업무 지연이 고인의 죽음을 불렀다”고 성토하고 있다.

11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피학살자유족회)에 따르면, 인천강화유족회 전아무개(84)씨가 지난 2일 강화 교동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전씨는 2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한 직후인 2021년에 1951년 1·4후퇴 직후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작은 아버지 전OO(1925년생)씨의 피해사실을 확인해달라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을 해 방문조사를 받았으나 3년이 지나도 결정 소식을 받지 못하자 분통을 터뜨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78) 피학살자유족회 인천강화유족회장은 1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생전에 진실화해위 피해 신청 문제로 전씨와 통화를 수십 차례 했는데 ‘왜 아직도 (진실규명 결정) 소식이 없냐. 성질 나서 못 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씨는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보이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지연이 극단적 선택의 전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0일 전에도 전씨 집을 방문했는데 본인이 만남을 기피해 부인만 만나고 돌아왔다. 부인에게서 ‘남편이 세상만사 다 귀찮고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워 은둔생활을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숨진 전씨의 작은아버지는 2009년 3월 1기 진실화해위의 ‘강화(교동도) 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문에 이름이 등장한다. 결정문을 보면, 1·4후퇴 이후 교동도를 근거지로 활동하던 유엔군 유격대(군·경을 도와 좌익혐의자 색출에 앞장서던 이북 출신 치안대) 소속 강화해병특공대와 해병특공대에 의해 강화군 교동면 주민들이 ‘내응행위자’(부역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상룡리 안개산, 고구리·인사리·난정리·양갑리·무학리·지석리 해안 등지로 끌려가 집단학살되었다. 이 사건 희생자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모두 183명인데, 전씨의 작은아버지는 이중 미신청 확인 112명에 이름을 올렸다. 희생자로 확인은 됐으나, 유족이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1기 진실화해위 기간에 전씨의 아버지가 진실규명 신청을 하려다가 기회를 놓쳤다. 전씨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이 문제를 꼭 해결하라고 유언처럼 남겨 2기 진실화해위 때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직계가족이 아닌 숙부의 희생이지만, 이로 인해 늘 연좌제라는 멍에가 채워져 취업에 제한을 받았고 평생을 농부로만 살면서 한을 쌓아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의 한 조사관은 이날 한겨레에 “강화 교동도 사건의 경우 ‘1기 때의 미신청 확인자가 많아 조사가 상대적으로 쉬울 텐데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도 나왔다”며 “올해 2월에 조사관 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안에서도 이미 이를 문제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고경태 기자 [email protected]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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