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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의 한 주택이 지난 9일 폭우에 떠밀려 내려온 토사와 나무에 파묻혀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도의원이 폭우 상황에서 지역구민 수십명을 데리고 100㎞ 넘게 떨어진 소방학교의 견학·탐방 프로그램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집중호우로 대구에서는 1명이 숨지고 경북에서도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컸던 상황이어서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우청 경북도의원(김천·건설소방위원회)은 지난 10일 지역 산악회 회원 등 90여명과 지난 10일 경북소방학교의 ‘도민과 함께하는 민간소방안전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오전에는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안동 유교랜드를 방문하는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대학생이나 경로당 어르신들이 신청하며 올해 예산은 1600만원 정도이다.

문제는 이 도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 90여명을 데리고 118㎞ 떨어진 소방학교를 방문한 날 김천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이날 새벽 4시10분쯤 김천지역은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시간당 최대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는 산사태가 발생하고 주택과 도로 등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3가구 33명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지난 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김천지역에 내린 누적강수량은 203.7㎜다.

지난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고, 경북도 재난대책본부도 비상 3단계를 가동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경북 전역이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 도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민들 데리고 다른 곳도 아니고 소방학교에 가는게 말이 되느냐”며 “인명구조, 안전조치로 바쁜 소방도 도의원 온다는 말에 비상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당시(10일 기준) 경북에서는 사흘 간 3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지면서 주택침수 229건, 토사·낙석 52건, 도로 장애 226건, 기타 225건 등 모두 732건의 호우 관련 피해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915대와 인력 2649명을 투입해 안전조치했다. 김천·안동·구미 등 경북 19개 시·군에서는 1492가구 2078명이 사전대피 해야 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폭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에서는 60대 남성이 배수를 위해 설치해둔 플라스틱 원형 통에 빨려 들어가 숨졌고, 경산에서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기사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물폭탄에 가까운 비가 기습적으로 내리는 상황에서 많은 인원을 데리고 수해가 심했던 안동을 가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2일 “예보 기관이 비상근무를 해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슈퍼컴퓨터의 예측 범위마저 넘어섰다”며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이우청 경북도의원은 “지역민이 심폐소생술 등에 관심이 많아 건설소방위 소속인 나에게 (소방안전교육을) 추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진행했다”며 “당일 비가 그친다는 예보도 있었고 소방학교에서도 교육할 수 있다고 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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