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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춘천ㅇ병원 CCTV 속 289시간의 진실
춘천ㅇ병원에서 결박당한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김형진(가명)씨.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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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2022년 1월8일 춘천ㅇ병원 폐쇄병동 진정실에서 김형진(가명·45)씨가 숨졌습니다. 양손과 양발, 가슴까지 총 다섯 곳이 묶인 채였는데요. 생전에 양극성 정동장애, 즉 조울증을 앓던 김씨는 12일 전인 2021년 12월27일 편의점에서 소란을 벌이다 강제입원된 상태였습니다.

당시 사건은 ‘병사’로 종결됐지만, 이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김씨가 입원해 있던 289시간 20분 가운데 251시간 50분을 침대에 묶여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하지만 간호사 8명만 벌금 30만원을 받고 끝났습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그의 죽음을 처음 알린 사회부 고경태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김형진씨 죽음을 어떻게 알게 됐어요?

고경태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를 출입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나온 정신병원 관련 결정문을 취합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춘천 ㅇ병원 사례를 접하게 된 거죠.

피해자의 유족으로 전 부인이 있으신데요. 지난 1월 인터뷰가 가능할지 물어봤는데, 안 하겠다고 해서 진전이 안 됐어요. 그런데 지난 4월 인터뷰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됐고 증거도 수집했으니 만나겠다’고. 실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료를 많이 받아놓았고, 준비도 많이 했더라고요.

[The 2] 정신질환 환자를 격리·강박하는 건 불법 아닌가요?

고경태 기자: 불법은 아니에요.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폭력성이 높아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클 때 격리·강박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거든요. 단, 여러 조건이 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가 필요하고, 30분마다 관찰·평가를 해야 합니다.

(환자를 결박하는) 억제대를 사용할 땐 1시간마다 간호사정(환자의 건강을 확인)을 하고, 2시간마다 팔다리에 적정한 운동을 시켜줘야 해요. 시간도 정해져 있는데요. 한 번에 최대 4시간까지만 되고, 연속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춘천ㅇ병원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환자를 방치했어요.

김형진씨에겐 수분과 식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어요. 횟수가 적었고 불규칙했어요. 2021년 12월27일과 31일, 2022년 1월1일엔 온종일 한 번도 밥을 주지 않았죠. 용변은 누워서 기저귀에 봐야 했어요.

김형진씨가 숨진 뒤의 상황. 유족 제공

[The 3] 춘천ㅇ병원만 그런 걸까요?

고경태 기자: 아니에요. 경기도 안산시의 한 병원에선 의사 지시도 없이 환자를 격리·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병원에 새로 온 간호사가 보다 못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기도 했죠.

인천의 병원에서는 별도 격리·강박실이 부족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환자를 6인실 병실 침대에 묶어놨어요. 이후 다른 환자가 묶인 환자 목을 졸라 숨지게 했고요. 인권위에 2019~2023년 접수된 진정을 보면, 정신병원의 부당한 격리·강박에 대한 게 463건이었어요. 그런데 병원 내부의 일을 밝혀내는 게 쉽지 않아요. 인권위가 조사해서 고발과 같은 조치가 이뤄진 건 28건에 불과해요.

[The 4] 의료진이 너무 쉽게 환자를 묶고 있나 보네요. 왜 그렇죠?

고경태 기자: 맞아요. 현장에선 의료급여 수가 얘기를 많이 해요. 수가란 의료 서비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대가입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저소득층 등에게 진찰, 검사,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사회보장서비스고요.

다른 질환의 의료급여 수가는 행위별로 계산되지만 정신질환의 수가는 1일당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하루에 7만원가량을 줘요. 정신병원은 다른 질환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의 비중이 큰데, 국가가 병원에 주는 돈이 너무 적다고 현장에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니 서비스 질을 높이기 어렵고, 손쉬운 대응부터 한다는 거죠. 격리·강박처럼요. 수가 문제를 현실화하는 건 필요해 보여요.

[The 5] 안 묶고 치료할 순 없어요?

고경태 기자: 비강압치료가 있어요. 강제입원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환자에게 가서 변호사 역할을 하며 그의 항변을 듣는 거예요. 왜 그러는지 최소한의 이야기를 듣고, 정 안 되면 입원하게 하는 거죠. 그러면 어느 정도 설득이 되는데요. 우리는 그런 대화의 과정이 전혀 없어요. 환자가 약간의 욕을 하거나 주먹을 쓰면 무조건 강박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죠. 묶었을 때의 지침만 있고 묶기 전에 대한 지침은 없고요.

광주의 천주의성요한병원은 강박을 하지 않아요. 대화를 통해 환자를 안정시키는 걸 최우선으로 두죠. 이곳 진정실에는 침대도 아예 없어요. 대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재질로 벽과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곳이 많아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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