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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토론 끝 신속 표결... 법정시한은 어겨
노사 합의 이번에도 불발... 물리적 충돌도
심의촉진구간 재차 논란... 제도 개선 필요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사상 첫 1만 원의 문턱을 넘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다만 올해도 노사 합의에 실패해 표결에 부치고 법정시한을 넘기는 일이 반복돼 의사결정 시스템에 한계가 드러났단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9,860원보다 170원(1.7%) 올린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다음주에나 최종 결정이 이뤄질 거란 예상을 깨고 비교적 이른 결론이 나온 것이다.

마라톤 회의 끝 신속 표결... 법정시한은 어겨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열린 9차 전원회의 당시 노동계는 시간당 1만2,600원을, 경영계는 9,860원을 각각 최초안으로 제시했다. 같은 날 곧바로 제시된 노사 1차 수정안도 1,330원 차이가 나서 수일 내 의견차를 좁히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이 8월 5일임을 고려하면 내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 만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전날 오후 3시에 열린 10차 회의에서 3, 4차 수정안 제시가 빠르게 이뤄졌다. 회의가 자정을 넘기면서 차수를 변경해 시작된 11차 회의에선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1만~1만290원) 제시에 이어 노사 최종안까지 나왔다. 12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 오전 2시30분쯤 경영계 안인 1만30원이 표결로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3월 29일 심의 요청일을 기점으로 총 105일이 걸렸다. 역대 최장이었던 지난해 110일보다 5일 짧다. 다만 이번에도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법에 규정된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3월 말부터 90일이 되는 6월 말 무렵까지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심의 기한이 준수된 것은 9차례뿐이다.

2009년 이후 노사 합의 전무... 물리적 충돌도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 측이 지난 7차 전원회의 차등 적용 표결과정에 항의하며 불참한 가운데 회의가 파행으로 시작되고 있다. 뉴스1


노사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900원가량 차이가 났던 노사 4차 요구안(노동계 1만840원·경영계 9,940원) 격차가 최종안(노동계 1만120원·경영계 1만30원)에선 90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끝내 합의는 불발됐다. 노사공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건 제도 도입 이후 7번이 전부다. 특히 2009년 이후로는 한 번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는 논의 과정에서 노사 간 물리적 충돌까지 일었다.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놓고 표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이인재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는 일이 발생했다. 표결 강행 끝에 차등적용은 부결됐지만 사용자위원은 근로자위원의 물리력 행사를 문제삼으며 8차 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9차 회의 때 복귀했다.

심의촉진구간 일관성 논란... 제도 개선 필요

최저임금위원회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대한 반발로 투표에 불참한 뒤 퇴장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의촉진구간 설정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논란도 재차 불거졌다. 심의촉진구간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협상이 더 이상 어려울 때 공익위원들이 인상안의 상하한선을 정해 제시하는 것으로, 최근 4년간 이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다만 구간 산출 기준이 매년 달라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정권 기조에 따라 '맞춤형 산식'이 제시되고 있다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판이다.

올해도 이런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공익위원들은 구간 하한선(1만 원)은 중위임금의 60% 수준에서, 상한선(1만290원)은 올해 경제성장률(2.6%)과 소비자물가상승률(2.6%)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0.8%)을 뺀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는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임금총액상승률로 하한선,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생계비 개선분을 더한 인상률로 상한선을 정하며 판이한 기준을 적용했다.

올해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최저임금 결정 투표를 하지 않고 퇴장했다. 표결 이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공익위원들은 제 입맛에 맞는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양측에 수정안 제시를 요구하다 종국엔 자신들이 만든 근거 없는 산출식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설정했다"고 비판했다.

반복되는 논란에 이인재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정하는)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고용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개편에 대한 심층 논의와 후속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도 "(최저임금) 제도 개선은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해 저희가 논의의 당사자가 되긴 어렵다"며 "정부나 국회에서 관련 절차를 통한 권고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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