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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포천 고양이 불법 번식장 구조 현장
지난 4월 경기도 포천시 불법 번식업장에 방치된 고양이들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고양이들 좀 구조해 주세요”

지난 4월 경기 포천시의 한 가정집에 고양이들이 갇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집주인이 몇 년 전 집을 빌려줬는데, 임차인은 안 보이고 고양이들이 음식과 물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체와 함께 말이다.

오물과 사체, 그 위에 살아있는 고양이

집주인은 경찰에도 이미 신고했다며 증거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다. 집안 바닥은 오물로 가득했고, 먼지와 털로 뒤덮인 낡은 케이지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그곳에서 고양이들은 간신히 살아서 견디고 있었다. 이후 현장에서는 어린 반려동물을 거래하는 경매장 전표가 발견됐다. 집을 빌리고,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은 바로 무허가로 고양이를 번식시켜 내다 파는 업자였던 것이다.

제보자인 집주인이 보낸 실내 환경. 고양이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고양이들의 구조 논의를 마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4월18일 현장을 찾았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 바로 옆 창문으로 흰색 장모 고양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다른 두 마리도 창가로 뛰어 올라왔다. 보통의 고양이들은 햇볕을 즐기기 위해 창가에 앉곤 하지만, 이곳 고양이들은 마치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듯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세 마리 옆 창가 구석에는 웅크린 채 말라붙은 오래된 동물의 사체가 보였다. 그렇게 거기서 마지막을 보낸 것이다. 이미 누렇게 변한 털이 길고도 외로웠을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던 이곳 ‘창가’에서 고양이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당장에라도 창문을 깨고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동물이 위기에 처한 상황일지라도 온갖 법령이 이내 발목을 붙잡는다. 동물이 있는 곳을 출입하고 조사해서, 학대 당한 동물을 긴급 격리 조처할 수 있는 권한은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이하 동물보호관)에게만 있다. 절차가 이러하다 보니, 당장 도살장에 가서도 죽음 직전의 개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면 ‘특수주거침입죄’로 고소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창가 구석에서 마지막을 보낸 동물의 사체 곁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고양이들.

빠른 구조를 위해 포천시 동물보호관에게 상황을 알리고, 피학대 동물 긴급 격리 조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장에 나온 포천시 동물보호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일단 고양이들의 소유권자인 번식업자와 소통해 보겠다며 아무런 조처 없이 돌아간 것이다. 다행히 몇 시간 뒤 번식업자가 고양이들의 소유권을 포기했고, 구조에도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긴급 격리 조처를 언제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답답하기만 한 지자체·경찰의 대처

이런 상황에서 번식업자들은 일반적으로 동물을 빼돌리거나 사체와 같은 동물학대 주요 증거를 인멸한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 번식업자도 현장을 다시 찾았다가 활동가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결국 활동가들은 포천시의 구조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현장을 지키며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카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장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포천시에 즉각적인 구조 이행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자정이 다 되어 포천시 축산과장이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을 찾아왔다. 번식업자가 고양이들의 소유권을 포기한 시점에서도 동물보호관이 구조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그제야 19일 오전 10시 구조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카라의 최초 신고일로부터 4일 만의 조처였다.

포천시에 민관협력 구조를 설득했으나 포천시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날이 밝자 포천시는 경찰과 함께 약속대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을 지켰던 카라는 민관협력 차원으로 구조 과정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6마리의 고양이들이 이동장에 실려 하나둘씩 트럭에 실렸다. 고양이들을 실은 이동장을 제대로 고정하지도 않은 채 트럭이 쏜살같이 현장을 떠났다.

이렇게 긴급 격리 조처가 진행될 경우, 동물들은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된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센터는 위탁 운영되는 유기동물 보호소이거나 동물병원이다. 안타깝게도 학대 동물이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바로 이송되게 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어렵거니와 전염병 전파의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 지자체는 현장에서 동물단체에 바로 기증하는 융통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새 ‘묘생’을 기원하며

포천시와 포천경찰서의 구조 활동이 끝난 자리에는, 창가의 고양이 사체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경찰에게 동물학대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사체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알렸지만, 관계자가 아니면 신경 쓰지 말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카라는 포천경찰서에 번식업자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하고, 사체 부검도 다시 요청했다. 그제야 경찰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했고, 사건도 다행히 검찰로 송치됐다.

다행히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카시브, 타미나, 타스.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포천시가 트럭으로 실어갔던 고양이들을 구조 사흘 만에 파주시의 카라 보호소인 ‘카라 더봄센터’로 데리고 왔다. 이제 고양이들은 다스탄, 랑오, 카시브, 타미나, 타스 그리고 차차라는 이름을 얻었다. 끔찍하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냈지만 노령묘로 보이는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건강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더러운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던 고양이들에게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되면 좋겠다.

▷포천 고양이 입양 신청하기: https://www.ekara.org/kams/adopt

글 카라 윤성모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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