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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Q. 회사 대표의 부인과 인사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는데 회사가 고용한 노무사가 조사하더니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조사 기간 동안 분리를 요구했는데, 소회의실에 독방을 쓰게 하고 두달 반 동안 업무를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회의실에 에어컨이 없어 무덥고 답답한 감옥 속에 갇혀 있었는데 정신건강 악화로 힘들어서 퇴사했습니다. 회의실에 감금한 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추가 신고하는 게 좋을까요?

-2024년 6월, 닉네임 ‘초롱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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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장 부인 갑질 사건을 사장이 의뢰한 노무사가 조사했다고요? 사장이 이혼할 생각이라면 모를까, 보통의 ‘고용’ 노무사라면 괴롭힘이 아니라고 하겠죠. 일명 ‘셀프조사’인데요. 사장 돈 받고 사장이나 사장 가족 조사해서 괴롭힘을 인정한 사례가 있기나 할까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4촌)이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노무사에게 500만원 줘서 괴롭힘 아니라고 하는 게 훨씬 낫겠죠.

왜 고용노동부가 조사하지 않고 셀프조사를 하느냐고요? 2022년 정부가 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지침’ 때문입니다. 사용자 괴롭힘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조사했는데, 정부가 근로기준법 76조의3 2항의 ‘사용자 조사 의무’에 사용자 사건도 포함된다며, 근로감독관과 사업장에서 병행 조사하라고 지침을 바꿨어요. 그랬더니 근로감독관이 조사하지 않고 회사의 조사 결과를 검토해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가 폭증한 겁니다.

직장갑질119에서 사용자 사건 ‘셀프조사’의 문제점을 언론에 알렸더니, 지난 3월 노동부가 설명자료를 내서 “개정된 지침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다만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담당 감독관 교육 등을 강화하고, 사용자 괴롭힘 사건에 대해 엄정 조치해 나가겠다”며 “일선에서 사업장 선 조사 등 지침과 달리 안내되는 부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어요. 노동부 설명자료와 괴롭힘 증거를 감독관에게 보내서 직접 조사해 판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세요. 증거가 확실하다면 감독관이 뭉개기 어려울 겁니다.

또 피해자 보호조치는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어요. 초롱초롱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 법 위반입니다. 에어컨도 없는 독방 감금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기도 하지만,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있습니다. 불리한 처우 중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요. 노동청에 신고하세요. 사용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합니다.

오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만 5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5년간 노동부에 신고된 사건(3만9316건) 중 기소 의견 사건 송치 0.8%, 과태료 부과 1.3%, 개선 지도는 10.3%뿐이었어요. 나머지는 ‘법 적용 제외’나 ‘법 위반 없음’이었습니다. 정부의 직무유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한술 더 떠 허위 신고가 남발된다며 괴롭힘 성립 요건에 지속성(3개월)과 반복성을 넣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괴롭힘을 3개월 당하면 사람 죽어요. 1년에 400명 이상이 직장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인데, 도대체 정신이 있는 정부 맞아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는?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는 박점규 운영위원이 격주 금요일 낮 12시마다 직장인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글을 연재합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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