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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유예 필요성을 내비쳤다. 그간 구도는 정부·여당은 ‘폐지’, 야당은 ‘도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거대 야당 측 정치인이 기존 당 입장과 다른 ‘유예’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 전 대표 발언을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사들은 그간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회사당 수십, 수백억원을 집행했다. 지금에 와서는 시스템 구축에 드는 시간이 있어 만약에 정말로 내년 1월 도입할 것이라면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나 정부 등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예, 혹은 폐지 시점을 조율하지 말고, 하루빨리 의사결정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7월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부 기준 없어 시스템 구축 완료 불가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금투세 도입에 대비해 2년 전부터 전산 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전문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왔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채권 등 250만원) 이상일 때 22~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도입 시기가 2년 유예됐다.

계획대로면 내년 1월부터 금투세가 도입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구축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여야가 시행과 폐지 사이에서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정책 당국도 여당과 함께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보니 증권업계에 징수 기준과 같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전혀 전달하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세부 기준을 다듬어주지 않아 시스템 껍데기만 만들고 계속 대기 중”이라고 했다.

증권업계가 ‘금투세 불확실성’과 관련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원천징수에 관한 것이다. 소득세법 제148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금융투자 소득 원천징수 기간에 각 계좌 보유자별로 금융투자 소득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누적 관리해야 한다. 또 계좌 보유자별 원천징수 세액 상당액에 대해서는 원천징수 기간 중 인출을 제한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로선 인출을 제한해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제한해야 할지, 고객에게 인출 제한 안내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투자자가 다수 계좌를 보유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등 세세하게 들어가면 골치 아픈 부분이 너무 많다”며 “정부가 기준을 잡아주지 않으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수 없는데, (정부는) 금투세 폐지 입장이다 보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 DB

“여야 의견 일치 서둘러달라”
증권사도 기본적으로는 정부·여당과 마찬가지로 금투세 폐지를 원한다. 그러나 그간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완강히 반대해 왔기에 가이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일단은 시스템 구축에 돈과 인력을 투입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재명 전 대표가 민주당 입장과 다른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내비치자 업계 혼란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투세에 대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도이고, 증권거래세를 대체하는 제도라 없애버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주식시장이 악화한 주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그나마 가끔 오른 것에 대해 세금을 떼면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시행’과 ‘폐지’에 이어 ‘유예’ 주장까지 추가되자 증권사들은 내심 반기면서도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은 TF까지 구성하고 별도 인력과 비용을 쏟아부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증권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증권업계는 정부·여당과 야권이 금투세와 관련한 의견 일치를 서둘러 해주길 원하고 있다.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업계 바람은 당연히 폐지이긴 하나 그게 어렵다면 불확실성이라도 제거해 주면 좋겠다”며 “만약 시행 또는 유예로 결론을 낼 거라면 정부는 그에 맞춰 세부적인 징수 기준을 하루빨리 만들어 업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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