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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개특위 '구조 전환 시범사업' 논의, 내달 확정
일반 병실 5~15% 감축, 중환자실 수가 인상
3년간 시범사업, 2027년부터 단계적 제도화
서열 암시하는 '상급종합' 명칭도 바꾸기로
'빅5' 상급종합병원이면서 국립대병원의 맏형 격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병상 수는 1,803개다. 병원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중증 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일반 병상을 축소하는 등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돌입한다. 본연의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효율성이 누적된 기존 체계를 손보는 것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5개월째 이어지는 와중에 상급종합병원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전공의 의존도 낮추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회의를 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 확대를 통해 진료량을 늘려 왔지만 전문의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2년간 5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서울의 '빅5'를 포함해 총 47개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3년간 시범사업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의료 행위의 대가)와 중증 수술 수가를 인상한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대기비용 수가도 신설하고, 본래 기능에 충실할수록 더 많은 보상이 따라오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상급종합병원 전체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39% 수준에서 올해 비상진료체계에서는 45%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친다. 의개특위는 중증 환자 비율 50%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확대에도 제동을 건다. 지역 내 병상 수급 현황, 현재 병상 수, 중증환자 진료 실적 등을 감안해 시범사업 기간 동안 병원별로 일반 병상의 5~15%를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일반 병상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다인실을 2, 3인실로 전환하거나 중환자실을 확충할 경우 중증 환자에게 보다 나은 입원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기준 우리 병상 수는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3개)보다 2.9배나 많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운영 시스템도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바꾼다. 그간 상급종합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평균 40%에 육박했다. 또한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최대 연속근무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인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의료계도 중요성을 공감하는 핵심 과제인 만큼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과감한 추진 방안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료 공백 시달렸기에... "환자도 구조 전환 수용도 높다"

'빅5' 상급종합병원의 하나인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전경. 국내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2,764개 병상을 갖췄다. 병원 홈페이지 캡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은 이달 중 의료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의개특위 제6차 회의에서 확정된다. 이어 오는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마치면 시범사업 참여 희망 병원들을 모집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모든 상급종합병원은 권역 내 진료협력병원을 지정하고 혁신 계획서를 제출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정부는 시범사업 이후 6기 상급종합병원이 다시 지정되는 2027년부터 구조 전환 방안이 연계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최종 치료기관이란 의미는 드러내지 못하면서 서열만 암시하는 상급종합병원이란 명칭도 바꿀 예정이다.

시범사업의 관건은 상급종합병원들의 참여 여부인데, 정부는 높은 참여율을 자신하고 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사전 논의에서 병원장 등도 높은 경증 환자 비율, 과도한 전공의 의존이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라고 인식했다"며 "계기만 있으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 구조 전환 방향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의료 소비자들이 딴지를 걸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정 단장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이후 바람직한 진료에 대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지금이 구조 전환에 대한 소비자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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