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학칙까지 다 뜯어고치겠다는 우리 노력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요. 자괴감이 듭니다. "
10일 저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국가시험 응시 예정자 중 95.52%가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한 국립대학 총장은 이런 한탄을 쏟아냈다. 같은 날 오전 교육부가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면 유급이 없도록 하겠다”는 유화책을 내놨는데, 의대협이 반나절 만에 ‘국시 거부’로 응답한 것이다. 의대협 관계자는 “어차피 유급당할 각오로 내놓은 휴학계인데, 유급이 없다고 설득하는 건 오히려 화만 돋운다”고 말했다.



학사 일정 특혜 논란 “의대생 천룡인 만드는 건 정부”
김경진 기자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의대 학사일정 가이드라인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성적 평가 기간을 유보하고, 학칙을 개정해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방침이 공개되자 대학가에서는 “의대생들에 대한 특혜”라며 분노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학·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이러다 계속 드러누우면 의사 면허도 주겠네”, “의대생을 천룡인으로 만드는 건 정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사진 원피스 공식인스타그램 캡처
의대생 학부모들의 대응도 분노의 불씨를 키웠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대 의대 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행동하라”며 파업에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11일에는 의대생학부모모임(의학모) 등이 교육부 장·차관을 한국의학교육과정평가원(의평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의대 금쪽이들이 왜 그렇게 안하무인에 의룡인 행세 하나 했더니, 부모에게 배운 거였네”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섯 달 참았던 대학가…“이젠 의대생들 포기한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의과대학. 뉴스1
지난 2월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한 뒤부터 다섯 달간 배려 모드로 일관하던 대학들도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 의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미 몇몇 대학은 의대생들의 복귀 설득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역시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므로 따르지 않는 대학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아무리 학사 일정을 변경하더라도 학교가 여태 파행된 1학기 수업시수를 회복할 수 있는 학생들의 복귀 시한은 9월”이라며 “학생 복귀가 전제되지 않으면 모든 방안이 허사”라고 했다.

이제는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들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의총협(의대총장협의회) 멤버인 한 대학 총장은 “최근 논의한 내용 중 하나가 집단행동하는 학생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며 “학생 복귀에 따른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9월쯤엔 의대생들에 대한 주도 학생에 징계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모드 일관하던 의대생도 실익 찾을 때
복귀를 거부하며 강경모드를 이어 온 의대생도 이제는 실익을 얻는 쪽으로 협상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은 이미 지난 8일 재외국민전형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입시를 되돌리는 순간 수험생, 학부모, 심지어 의대 반수를 노리는 기존 의대생들과도 맞서야 할 수 있다. 차라리 학교로 돌아와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해 대화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도 보건복지부의 증원 정책에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의대 학생들과 “만나서 대화하자”고 선언했다가 의대생 공동비상대책위원회의 현직 대표 3인의 연락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총장이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찾아다니고, 학장들이 의대생들을 쫓아다니며 눈물로 복귀를 호소하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681 “中 스파이 때문” 횡설수설하는데…어떻게 일본도를 손에 넣었나 [폴리스라인] 랭크뉴스 2024.08.03
42680 역시 조정석!···코미디 영화 ‘파일럿’ 개봉 4일째 100만명 돌파 랭크뉴스 2024.08.03
42679 [한국의 스타 셰프들]② 이연복, 마음으로 빚어낸 대가(大家)의 중식 랭크뉴스 2024.08.03
42678 1만5천명 해고 소식에 인텔 주가 26% 폭락…AI시대 생존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4.08.03
42677 ‘기성용 성폭력 의혹’ 폭로자, 기성용 측 변호사에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42676 소비자부터 구제, 기업은 나중에[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⑤] 랭크뉴스 2024.08.03
42675 "현관 빠루 자국보니"…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주민의 감사글 랭크뉴스 2024.08.03
42674 [영상] 복싱 ‘성별 논란’ 파리올림픽 강타…46초 만에 갈린 승부 랭크뉴스 2024.08.03
42673 ‘온라인 도박장’ 오명 벗을까...코인에 칼 빼든 정부 랭크뉴스 2024.08.03
42672 우리를 젊고 건강하게 만드는 꿀팁은[서평] 랭크뉴스 2024.08.03
42671 해커에 뚫린 국립대…32만 명 개인정보 ‘탈탈’ 털렸다 랭크뉴스 2024.08.03
42670 기성용 성폭력 의혹 폭로자들, 기성용 측 변호사에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42669 [정책 인사이트] ‘58년 개띠’ 노래하는 바리스타… 지자체가 만든 주식회사에 취업한 시니어 랭크뉴스 2024.08.03
42668 맛집 찾아다니는 당신의 여행, 프랑스 타이어 회사 마케팅이었다 랭크뉴스 2024.08.03
42667 삼성만큼 빛났다…올림픽 ‘뜻밖의 수혜자’ 된 현대차 랭크뉴스 2024.08.03
42666 김정은 “적들이 인명피해 날조”…구호물자 지원 사실상 거절 랭크뉴스 2024.08.03
42665 늙으면 왜, ‘고음불가’가 될까 랭크뉴스 2024.08.03
42664 8강에서 눈물 쏟은 일본 축구, 스페인 공격에 완벽한 패배 랭크뉴스 2024.08.03
42663 김우진·임시현, 양궁 혼성 금메달‥나란히 2관왕 랭크뉴스 2024.08.03
42662 김예지 “0점 실망스럽지만…인생은 계속돼” 쿨한 퇴장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