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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하는 여성과 의사 등을 처벌하는 임신 중절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만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 법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에는 낙태를 처벌한다는 규정도, 그러지 않는다는 규정도 없다. 이런 입법 공백 속에 유튜브에는 임신한 지 36주나 된 태아를 낙태한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11일 유튜브에 따르면 자신을 24세 여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채널에 ‘총수술비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여성은 지난 3월 월경이 끊겨 병원을 찾았는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생리 불순이라는 진단을 받아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36주차가 돼서야 알아차렸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이 여성은 곧바로 낙태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3곳에서 만삭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여성은 초음파 동영상 앞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도 찍어 올렸다. 동영상 속 의사는 ‘심장 뛰는 것 좀 보라, (낙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 여성은 멀리 떨어진 병원 한 곳에서 낙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하반신 마취까지 한 끝에 수술을 받았다.

의료계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36주는 임신 후기에 해당한다. 마지막 3개월에 해당하는 28주차부터는 아기의 시각과 청각이 거의 완성된다. 36주부터는 언제든 태어날 수 있다고 본다. 사실상 신생아나 다름 없는 상태의 태아의 목숨을 빼앗은 셈이지만 이 여성은 처벌받지 않는다.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지난 제21대 국회가 기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 중절죄에 대한 형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아 관련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앞서 제21대 국회에서는 ‘낙태의 죄’를 규정한 형법 제27장을 전면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과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조항인 제269조(자기 낙태죄)와 270조(의사 낙태죄)를 삭제하는 개정안이 제출됐다. 문재인정부는 헌법 불합치 조항을 유지하되 임신 14주 차까지는 중절을 전면 허용하고 강간에 의한 것이거나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일부 사유에 한해 24주까지 가능케 한 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회 발의안과 정부안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회 내에서도 낙태죄 입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보좌진에게 제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할 시급한 법안이 무엇인지 설문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낙태법은 빈도 수 기준 7위를 차지했다. 젠더 관련 법안 중에서는 차별금지법(2위)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다만 낙태 허용 주수를 두고 법조계와 여성계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헌재를 비롯한 법조계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임신 초기에 해당하는 22주 안팎까지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앞세우는 여성계는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 주수나 사유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입법 공백이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인 김기원 변호사는 국민일보에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여성과 의료인이 늘어난다. 국회가 법조계와 여성계 간 이견을 좁히고 중지를 모아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 32주 전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던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출산 관련 법률에 관심이 큰 황용 법무법인 상림 변호사는 “입법 공백이 길어진 탓에 낙태 수술에 대한 법률 위험이 커져 임산부도, 의료인도 음지로 숨고 있다”면서 “피치 못하게 낙태를 해야 하는 사유 등을 담은 소폭의 법 개정만이라도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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