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국제연구팀 "털매머드 염색체, 코끼리와 같은 28쌍…털 관련 유전자 발현엔 차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육포처럼 동결 건조된 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묻힌 털매머드 피부에서 온전히 보존된 염색체 화석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3D 염색체 구조와 게놈을 복원하고 특정 유전자 발현 여부까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털매머드의 발
[Love Dale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베일러의대 에레즈 리버먼 에이든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2일 과학 저널 셀(Cell)에서 5만2천년 전에 죽은 털매머드 피부에서 DNA가 놀라울 정도로 온전히 보존된 염색체 화석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이든 교수는 "염색체 화석은 새로운 유형의 화석으로, 기존 고대 DNA 조각들보다 염기서열 길이가 100만 배나 길다"며 고대 표본에서 염색체 형태·크기·수 등을 알 수 있는 핵형(karyotype)까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화석 염색체는 생명체 역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다. 게놈은 수십억 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진 경우가 많지만, 고대 DNA 조각은 염기쌍 수가 100개 미만인 경우가 많아 전체 게놈 파악이 어려운 반면, 화석 염색체에는 수억 개의 염기쌍이 온전히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털매머드는 2018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 것으로 죽은 직후 알 수 없는 이유로 동결 건조 상태가 된 채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귀 뒤쪽 조직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세포 내 염색체에는 DNA 조각의 3차원 배열이 나노미터(㎚ : 10억분의 1m) 수준까지 온전히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든 교수는 "염색체 화석은 개별 입자가 질서 정연한 결정은 아니지만 입자가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유리 분자와 매우 유사한 상태(chromoglass)"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개별 입자 즉 DNA 조각들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피부 샘플에서 추출한 DNA를 이용해 DNA의 어느 부분이 원래 공간적으로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큰지 찾아내는 기술로 게놈 구조를 재조립했다.

이어 이 게놈 구조를 통해 염색체 수를 확인한 결과 털매머드는 현재 살아있는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아프리카 코끼리와 같이 28쌍의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또 핵 내 유전자의 구획화를 분석해 털매머드의 피부 세포에서 활성 유전자와 비활성 유전자를 식별하는 데도 성공했다.

털매머드 피부 세포는 아시아 코끼리의 피부 세포와 비교할 때 대부분 유전자가 비슷한 활성 상태를 보였지만, 몸을 덮고 있는 털 및 내한성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등에서는 활성 패턴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공동 교신저자인 스페인 국립게놈분석센터(CNAG) 마크 마르티-레놈 박사는 "처음으로 어떤 유전자가 켜져 있고 어떤 유전자가 꺼져 있는지 대략 알 수 있는 털매머드 조직을 확보했다"며 "이는 고대 DNA 표본에 있는 유전자의 세포별 활동 여부를 처음으로 측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 사용된 방법이 비정상적으로 잘 보존된 화석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집트 미라 등 다른 고대 DNA 표본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연구 결과가 털매머드 복원 노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출처 : Cell, Sandoval-Velasco, Dudchenko, Rodríguez, and Pérez Estrada, et al., 'Three-dimensional genome architecture persists in a 52,000-year-old woolly mammoth skin sample', https://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0642-1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429 [단독] ‘36주 낙태’ 태아… 영상게재 16일 지나서 화장됐다 랭크뉴스 2024.08.19
45428 폭염에 스러진 아들…“1시간 방치, 사진 찍을 시간에 119 신고했다면” 랭크뉴스 2024.08.19
45427 인생샷 찍으려던 ‘틱톡커’, 열차에 매달렸다가 기둥에 ‘쾅’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8.19
45426 [M피소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규명돼야 할 쟁점 3가지 랭크뉴스 2024.08.19
45425 악재 위에 악재, 또 악재… 벼랑끝에 선 ‘나홀로사장님’ 랭크뉴스 2024.08.19
45424 회삿돈 9억 빼돌려 BJ에 별풍선 쏜 30男 징역 4년 선고 랭크뉴스 2024.08.19
45423 상반기만 직원 1인당 1억3000만원 챙겼다…4대 은행도 제친 '이 기업' 랭크뉴스 2024.08.19
45422 “이 컨테이너가 ‘기숙사’라고 살랍니다”…네팔 근로자의 눈물 랭크뉴스 2024.08.19
45421 [단독] 아찔한 질주… 경찰차 교통사고 매해 100건 이상 랭크뉴스 2024.08.19
45420 권익위원장 “‘국장 사망’ 외압 없어…자체조사도 시급하지 않아” 랭크뉴스 2024.08.19
45419 "한국인 또 강도 피습 당했다"…한국인 대상 범죄 특히 많은 '이 도시' 어디? 랭크뉴스 2024.08.19
45418 불난 한반도에 부채질…태풍 ‘종다리’ 내일 서귀포 280㎞ 부근 상륙 랭크뉴스 2024.08.19
45417 장신영, 불륜 의혹 강경준 용서…"가장 힘든 시간 보낸건 아이들" 랭크뉴스 2024.08.19
45416 ‘중일마’ 비판에 용산 “야당, 단어 하나로 친일 프레임 정쟁화 유감” 랭크뉴스 2024.08.19
45415 尹 "8·15 통일 독트린, 군사침략 방식 절대 아냐" 랭크뉴스 2024.08.19
45414 일본에 울려퍼진 ‘동해’ 한국어 교가…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4강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8.19
45413 태풍 ‘종다리’ 북상…제주 20일 오후부터 직접 영향권 랭크뉴스 2024.08.19
45412 경찰, ‘36주 임신중지’ 수술한 병원 등 추가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4.08.19
45411 ‘김문수TV’ 국장 출신 경사노위 자문위원, 매달 475만원 받아 랭크뉴스 2024.08.19
45410 대통령실 "영수회담, 입장 없어…이재명 '축하 난' 전달 연락에 무응답" 랭크뉴스 202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