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문자’ 파동 속에 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김 여사가 보낸 문자를 읽고도 답하지 않은 한동훈 후보에게 “정치적 판단 미숙”(나경원 후보), “인간 자체가 돼야”(윤상현 후보) 등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가 사과 의사를 담은 문자를 무시해)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 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한 후보도 “갑자기 5개 문자가 나왔다(유출)는 건 나를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뜨릴 목적”, “이걸 다 공개했었을 경우에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뭐가 위험해지느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국민들로선 황당할 따름이다. ‘김건희 문자’ 논란이 이런 식의 얄팍한 당내 공방에 소모되고 지워질 사안인가. 국민들은 이미 김 여사가 국정에 다방면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뒤늦게 문자를 공개해 당권 경쟁에 개입한 건 아닌지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가 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의문에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건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 한줄 논평 뒤에 숨은 채 침묵하고 있는 김 여사의 무책임한 태도다.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에서 명품백 수수에 대해 여러차례 “죄송하다”고 했다. 정작 이런 말을 들어야 할 건 한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가 명품백을 받는 모습에 충격받은 국민이어야 하지 않나. 만약 “천번만번 사과하고 싶다”는 문자가 총선을 앞두고 책임 회피용으로 쓴 게 아니라면, 김 여사는 지금이라도 국민을 향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지금이라도 (사과가) 늦지는 않았다”(권영세 의원)는 말이 나오는데, 새겨듣기 바란다.

법적 책임도 회피해선 안 된다. 잘못을 인정한 명품백 수수는 물론 주가조작 수사도 받아들여야 한다. 문자 파동으로 제기된 국정농단과 당무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역시 책임질 대목이 있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대표 후보들도 정말 당정 관계 재정립의 의지가 있다면, 김 여사 사과와 수사부터 요구하는 게 옳다. 특히 한 후보는 “위험” 운운하며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히 공개하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럴 때라야 문자 파동이 ‘궁중 암투’ 소재로 전락하지 않고 국기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692 "김민종 존경" 프랑스 영웅‥한국 팬도 감동시킨 '매너' 랭크뉴스 2024.08.03
42691 일본 축구 '56년만의 메달 꿈' 좌절, 스페인에 0-3 완패 8강서 탈락 랭크뉴스 2024.08.03
42690 “고구려 때부터 잘했나”…외신들, ‘금’ 싹쓸이 한국 양궁에 비결 물어 랭크뉴스 2024.08.03
42689 의사보다 나은 AI? 배 안 가르고 이식할 간 크기 계산 [헬시타임] 랭크뉴스 2024.08.03
42688 “기성용 변호사 허위 입장문 피해” 폭로자들,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42687 주차장서 불 나면 속수무책 ‘활활’… 전기차 사도 되나요? 랭크뉴스 2024.08.03
42686 금메달 딴 뒤 짝꿍에 청혼…한국 꺾은 중 배드민턴 혼복 선수에 환호 랭크뉴스 2024.08.03
42685 무시무시한 존속살해예비…검사는 마음속 공소장을 허물었다 랭크뉴스 2024.08.03
42684 일본 축구 '56년만의 메달 꿈' 좌절, 스페인에 0-3 완패 8강 탈락 랭크뉴스 2024.08.03
42683 해리스 러닝메이트 발표 임박…"주말 후보 6명 직접 면접" 랭크뉴스 2024.08.03
42682 '잠 못드는 밤 도대체 언제 끝나?' 주말도 전국 찜통 더위 랭크뉴스 2024.08.03
42681 “中 스파이 때문” 횡설수설하는데…어떻게 일본도를 손에 넣었나 [폴리스라인] 랭크뉴스 2024.08.03
42680 역시 조정석!···코미디 영화 ‘파일럿’ 개봉 4일째 100만명 돌파 랭크뉴스 2024.08.03
42679 [한국의 스타 셰프들]② 이연복, 마음으로 빚어낸 대가(大家)의 중식 랭크뉴스 2024.08.03
42678 1만5천명 해고 소식에 인텔 주가 26% 폭락…AI시대 생존 가능할까 랭크뉴스 2024.08.03
42677 ‘기성용 성폭력 의혹’ 폭로자, 기성용 측 변호사에 손배소 패소 랭크뉴스 2024.08.03
42676 소비자부터 구제, 기업은 나중에[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⑤] 랭크뉴스 2024.08.03
42675 "현관 빠루 자국보니"…아파트 전기차 화재 피해주민의 감사글 랭크뉴스 2024.08.03
42674 [영상] 복싱 ‘성별 논란’ 파리올림픽 강타…46초 만에 갈린 승부 랭크뉴스 2024.08.03
42673 ‘온라인 도박장’ 오명 벗을까...코인에 칼 빼든 정부 랭크뉴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