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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6600병상’ 제동 못 해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등 대형병원의 병상 구조조정에 나선다. 일반병상을 5~15% 줄여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린다. 대신 중증·응급 건강보험 보상을 늘려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해 구조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응급상황에 대기하는 전문의와 간호사 당직비도 처음 건강보험으로 지원된다. 다만 대형병원들이 추진 중인 수도권 분원 6600병상 설립에는 제동을 걸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11일 오전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를 열어 이런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을 내놓았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대상 고난도 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현재 전국 47곳이 지정돼 있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로 외래진료 등이 줄면서 3개월(2월21일~5월21일)간 45%로 지난해 같은 기간(39%)보다 늘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 중증이 아닌 환자다. 이번 구조 전환은 상급종합병원이 원래 목적인 중증·응급·희소질환 진료에 집중하면, 경증 환자 감소에 따른 손실을 건강보험으로 보상을 강화해 메워주는 게 뼈대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3년간 신청한 상급종합병원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부터 제도화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종료 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땐 전체 입원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 최소 비율 기준을 지금 34%에서 5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점으로 본다는 방향성엔 공감한다”며 “3년 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도 연계되는 만큼 일부 제도 정비만 이뤄지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기간엔 상급종합병원이 일반병상을 지금보다 5~15% 줄이는 대신 중환자 병상 비중은 현재 평균인 10%(전체 1053병상 가운데 중환자 병상 105병상)보다 높이도록 할 계획이다. 또 중증이 아닌 환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지역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내고(회송), 다시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 최우선 예약해주는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손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주 이뤄지는 중증수술과 중환자실, 입원료 수가(건강보험 진료 가격)를 인상해 보전할 계획이다. 중증진료 실적 등 성과를 평가해 병원별 별도 보상도 마련한다. 이밖에 응급 상황에 대비한 당직 근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전문의와 간호사 당직 수가를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병·의원 사이 진료 협력에 필요한 지원금을 지급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인력 구조도 바꿀 계획이다. 우선 병상당 전문의 수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10개 병상당 전문의 수가 최대 4.8명인데, 기준을 신설해 전문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공의가 주로 맡던 당직을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팀을 이뤄 맡는 등 업무를 재설계한다. 이를 통해 전공의 노동 시간을 현재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인다. 전공의 수련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한다.

그러나 보상을 강화해 병상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도 대형병원들이 경증환자 진료를 포기하지 않아 교수들이 소진돼 사직 이야기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은 당장 외래와 입원 모두 고난도 중증·희소질환 진료에 한정해 인력을 집중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6600병상 규모로 추진 중인 분원 설립도 논의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8일 병상 과잉 지역에 시·도별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병상을 짓지 말라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수익을 의료서비스 질 개선보다 분원 설립 등 시설 재투자에 쓴다는 게 상급종합병원들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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