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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 5년10개월만에 최대 상승
인하 주문 수용하면서도 ‘가계부채’ 고민 드러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온 지 약 3년 만에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가 지표가 안정된 반면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자영업자·한계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과는 달리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계 빚이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고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아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금통위는 가장 고민했던 물가가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연간 전망치인 2.6%보다도 소폭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에 완전히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면서 고용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 빚 상환에 허덕이는 목소리도 금통위로선 부담스러웠을 대목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금통위 회의 당시 1명이었던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 의견이 이번에는 2명으로 늘었다. 시장은 대체로 오는 10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한 후 10월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 시그널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주(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5% 올라 지난주(0.2%)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2018년 9월 이후 약 5년10개월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성동구의 경우 두 달여 만에 매매가격이 2억원이나 뛴 아파트도 있었다. 수도권 전체로도 0.12% 올라 전주(0.1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6조5000억원 증가해 2021년 상반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가계 빚도 늘어나고 집값도 오르고 있다.

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36포인트(0.81%) 오른 2891.35,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6.13포인트(0.71%) 내린 852.42로 장을 마쳤다. 권도현 기자


이 때문에 이날 의결문에는 5월에 없었던 ‘가계부채’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회의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6~7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져서 금융안정 고려가 커졌다”고 했다.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면서도, 집값과 가계대출이 지금처럼 급등·급증할 경우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경고를 쏟아낸 것이다.

금통위가 이날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을 것을 두고 최근 정부·여당에서 쏟아진 금리인하 요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매파적 발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경기 및 자영업 불황 장기화 등으로 고용시장이 더욱 둔화될 개연성이 있는데, 부동산 악재로 예상과 달리 한은 금리 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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