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우산 없이 길 잃고 비 맞아…경찰 출동
약봉지로 집 찾아냈지만…홀로 살고 현관비번 몰라
약봉지로 집 찾아냈지만…홀로 살고 현관비번 몰라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경찰이 집에서 4㎞ 넘게 떨어진 곳에서 폭우를 맞으며 서 있는 치매 노인을 구조해 귀가시켰다. 노인이 들고 있던 ‘약봉지’가 단서가 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일 새벽 길을 잃은 채 발견된 치매 노인 서아무개(81)씨를 구조해 집으로 데려다줬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2일 아침 6시57분께 ‘종로구 무악동 길가에 길 잃은 80대 노인이 우산 없이 계속 비를 맞고 서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하루 강수량이 65㎜에 이른,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교남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은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서씨에게 말을 걸었으나, 치매 노인인데다 이미 비를 너무 많이 맞은 서씨는 몸이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때 서씨가 들고 있던 약봉지가 중요한 단서가 됐다. 경찰관들은 약봉지를 확인해 서씨가 무악동에서 4㎞ 넘게 떨어진 서울 은평구에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서씨 동네로 이동한 경찰관들은 주변에 열려 있는 약국과 병원 등을 3시간 동안 탐문해 집을 알아냈다.
집을 찾고 나자 현관문 비밀번호가 문제였다. 홀로 사는 서씨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관들은 서씨 주머니에 있던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를 발견해, 요양센터와 지인·가족 등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건 끝에 비밀번호를 알아내 서씨를 귀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