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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다음 중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가. 뉴스를 조금이라도 보는 시민이라면 ‘바이든’, 또는 ‘날리면’을 떠올릴 것이다. 2022년 9월 방미 중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짧은 환담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다가 한 말이다.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이 그때부터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하며 여론전을 치렀다. ‘전 국민 듣기평가’라는 조롱의 시작점이었다.

대통령실과 정부 반응은 의아스러웠다. 김은혜 당시 홍보수석은 ‘이 XX’는 한국 의회, 특히 야당을 겨냥한 것이며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고 확언해 미국은 무섭고, 야당은 우습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린다”며 윽박질렀고, 외교부는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단 MBC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한 여당 의원은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미국은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 사례로 한때 기록했다. 지금도 윤 대통령을 평가해달라는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바이든-날리면’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시민들이 많다. 제대로 된 사과면 잠깐 비판으로 지나갈 일을 언론 탓, 야당 탓으로 되레 키웠다는 지적이다. 고집불통, 독선, 거짓말 등 부정적 이미지도 당시 사건에 종종 붙는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goodest’ 논란을 보며 그때 생각이 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 did the goodest job(난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발언했다고 다음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영어 단어 good의 최상급은 best인데 엉뚱한 단어를 썼다는 지적이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굳어진 표정과 더듬거리는 말투, 부정확한 문장 구사로 마침 ‘인지력 저하’ 논란이 인 시점이라 여파가 컸다. 민주당 안팎에서 81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차기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차였다. 백악관은 즉각 ‘goodest’ 단어를 쓴 적이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고, ABC 방송은 녹취록을 ‘good as’로 수정했다.

문제는 백악관 조치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공황상태에 빠진 백악관은 마치 기자들이 대통령의 말실수를 부당하게 따지는 듯 행동하면서, 제대로 해석하지 않으면 뻔뻔하게 질책할 것”이라며 “이는(‘goodest’ 논란은) 한때 소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벙커 모드인 백악관과 페럿(정찰 위성) 모드인 기자단 사이 긴장된 시간의 전조”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웅얼거릴 때마다 백악관이 자기들 입맛에 맞게 언론 보도를 통제하려 들 것 아니냐고 비꼰 것이다. CNN은 “논쟁 이후 대통령이 하는 모든 말은 최고의 정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콜린스 영어사전에 따르면 ‘goodest’는 “반드시 최고인 것은 아니나, ‘내가 아는 한’ 가장 좋은”이란 의미도 띈다는데, 겸손한 표현으로 포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goodest’든 ‘바이든’이든, 이제 와 두 대통령이 딱히 인정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알지 않을까. 거짓말 또는 진실공방은 대체로 일을 복잡하게 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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