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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욕은 쓸모 있다. 내가 있는 학교는 중·고등학교도 같이 있어 청소년들이 나누는 대화를 자주 듣는다. 말머리든 말허리든 말꼬리든 내뱉는 말마다 욕이 달리는데, 왁자지껄 신나게 떠들수록 더 자주 쓴다. 친구끼리 주고받는 욕은 친밀함의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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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고통을 줄여 주기도 한다. 각종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담그고 욕을 하면 더 오래 참을 수 있다. 망치질하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내려쳤을 때, 쌍욕을 하면 좀 더 빨리 아픔이 사라진다. 번지점프를 타기 전에 욕을 하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중요한 경기 전에 감독이 일부러 욕설을 섞어 고함을 쳐서 선수들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힘든 노동을 할수록 욕이 많아지는 것도 육체적 피로와 고통을 줄이는 데 욕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리라.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를 쓴 이현경은 ‘온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명료하게 알아차림’이란 뜻의 ‘깨어 있기’에 이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두 가지 유형의 자아(에고)를 제시한다. ‘원망형’ 자아와 ‘비난형’ 자아이다. 원망형 자아를 가진 사람은 겉으로는 조용히 말하고 행동하지만, 모든 문제가 상대방 탓이고 그로 인해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비난형’ 자아의 소유자는 매우 공격적인데, 대화하다가 수틀리는 얘기가 나오면 곧바로 소리를 지르고 욕설도 섞어가며 상대를 공격한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들이 떠나고 외톨이가 되는 걸로 끝나지만, 높은 자리에 있으면 앞에 있는 사람은 옴짝달싹 못하고 고스란히 욕받이가 되어야 한다. 겉으론 입을 앙다물고 머리를 조아리겠지만, 마음에 금이 간 사람이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충성을 다할 리 없다. 그의 결말은 비극.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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