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가 지난 이후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사들의 성범죄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이 지위와 위계로 제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 발생 가능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초중고 교원(교직원, 강사 포함)이 학생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는 총 448건이다.

연도별로 2019년 100건에서 코로나19로 등교가 어려웠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52건, 59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등교가 재개된 2022년에는 91건, 지난해에는 11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5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성희롱이 239건으로 가장 많고, 성추행(133건), 성폭력(31건), 불법 촬영 등 기타(12건)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8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82건), 광주(44건), 전남(33건), 충남(28건) 순이다.

각 교육청이 제출한 가해 사례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생과 교제를 하거나, 학생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고, 학생에게 옷과 음식을 사주겠다며 손을 만지기도 했다. 학생에게 ‘사랑한다’, ‘키스하고 싶다’ 등 부적절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교사도 있었다. 또 초등학생에게 수업 중에 “사랑해”라는 귓속말을 하며 강제추행하고, 볼과 이마를 맞대거나 입맞춤을 했다.

진선미 의원은 “교원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당국의 성범죄 예방교육 및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교사의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에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도 성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박정현(44)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과거 고3 담임교사 재직 당시 제자에게 ‘나의 여신님’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 등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사퇴했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도 지난해 9월부터 동성 제자들과 교제를 한 사실이 알려져 최근 직위 해제됐다.

한국일보

강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