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0일 오후 최교진 교육감이 세종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두루초등학교 박지율, 신수오 학생에게 교육감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길을 잃은 발달장애 아이를 찾아준 세종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2명이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세종시교육청은 10일 오후 두루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율, 신수오군에게 교육감 표창장을 수여했다. 두 학생은 지난달 13일 오후 8시30분쯤 고운동의 한 아파트에서 행방불명된 김모(10)양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사연은 김양의 어머니가 세종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 코너에 올리며 알려졌다.

김양의 어머니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주변에 다른 어른들도 많았지만 손을 내밀어준 것은 두 학생뿐이었다”며 “정말 고마웠다. 그 고마웠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양은 그날 저녁 가족들이 식사 후 잠시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한 사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순식간이었다. 당시 김양은 옷을 입지 않은 맨몸이었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상황을 알게 된 가족들은 곧장 밖으로 나가 애타게 김양을 찾았다. 김양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아파트 단지를 샅샅이 뒤졌지만 김양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당시 주변에 있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김양을 애타게 찾는 가족들을 목격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김양 어머니는 전했다. “아이를 잃어버렸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김양 어머니는 타인을 돕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심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실종된 발달장애 학생을 찾아준 두루초등학교 박지율, 신수오군이 10일 오후 세종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표창장을 받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그때 자전거를 탄 한 남학생이 다가와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김양 어머니는 상황을 설명했고, 그 학생은 같이 자전거를 타던 다른 친구에게 상황을 전달한 후 아파트 단지를 함께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뒤 한 행인이 “가락마을 19단지 쪽으로 지나가는 아이를 봤다”고 말했고, 박군과 신군은 해당 방향 쪽으로 재빨리 향했다. 김양 어머니도 뒤따라가던 중 급한 마음에 발을 헛딛어 넘어졌다. 그런 김양 어머니에게 “괜찮으시냐”고 세심히 살핀 두 학생은 다시 김양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양을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김양을 찾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박군과 신군은 마지막까지 “안녕히 가세요”라며 김양 가족에게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김양 어머니는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말만 하고 온 게 마음에 걸렸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양 어머니는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초기에 찾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느냐”며 “아이들 덕분에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고나 속상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두 학생들 덕분에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423 러 "러북 정상 신뢰 최고조…변함없는 우크라작전 지지 감사" 랭크뉴스 2024.08.17
44422 “휴전협상 불씨 살리기 시도”… 美 국무, 18일 이스라엘 방문 랭크뉴스 2024.08.17
44421 트럼프, 또 참전용사 폄하 논란…이번엔 무공훈장 평가절하 랭크뉴스 2024.08.17
44420 "빌린 돈 2억 내놔"…야구방망이로 친구 살해한 전 야구선수 2심서 '징역 18년' 랭크뉴스 2024.08.17
44419 “증시 폭락 이때가 기회”… 상승 베팅 ‘레버리지’에 뭉칫돈 랭크뉴스 2024.08.17
44418 '아이폰 생태계' 허물어지나…대체 앱스토어·링크 출현 랭크뉴스 2024.08.17
44417 도로서 떼쓰는 아이 두고 간 中엄마, 누워있던 아이 결국 사고 랭크뉴스 2024.08.17
44416 푹푹 찌는 밤… 서울 열대야 118년 만에 최장 랭크뉴스 2024.08.17
44415 美 주택 착공건수 4년 만에 최저치… 뉴욕증시, 하락 출발 랭크뉴스 2024.08.17
44414 佛 지중해서 에어쇼 나선 구형 항공기 추락…조종사 사망 랭크뉴스 2024.08.17
44413 모텔서 마약 투약하고 난동 부린 20대 남녀 '덜미'…"직접 112 신고" 랭크뉴스 2024.08.17
44412 WHO "엠폭스 대처, 백신 접근성 중요…국경봉쇄는 권장 안해" 랭크뉴스 2024.08.17
44411 곰들이 묻는다,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느냐고 [책&생각] 랭크뉴스 2024.08.17
44410 백악관 "우크라이나 추가 안보지원 수일내 발표" 랭크뉴스 2024.08.17
44409 "러, '쿠르스크 현장리포트' 伊 특파원 사법처리할 것" 랭크뉴스 2024.08.17
44408 정봉주 "'이재명 대통령 안된다' 말한 게 맞다…본심은 충정" 랭크뉴스 2024.08.17
44407 정명석 성범죄 폭로한 ‘나는 신이다’ PD 결국…검찰에 송치됐다 왜? 랭크뉴스 2024.08.17
44406 [사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광복절 풍경들, 혼란스럽다 랭크뉴스 2024.08.17
44405 용인서 도로변 주차된 테슬라 전기차에 불 랭크뉴스 2024.08.17
44404 탈 땐 흰 옷, 내릴 땐 검은 옷?‥'운전자 바꿔치기' 한 30대 검거 랭크뉴스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