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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위험분산 ‘필수코스’ 된 달러 경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김모(58)씨는 최근 엔비디아 투자로 지인들 사이에서 ‘투자의 귀재’로 떠올랐다. 90% 이상 수익을 내고 지난 3월 차익실현했는데, 다시 엔비디아를 매수할 계획이다. 그가 미국 시장을 들여다본 지는 어언 10년째. 만나는 은행·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마다 ‘강남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분산 투자를 위해 달러화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달러 통장을 개설하고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환전해 모은 달러로 5년 전부터 미국 종목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미국 증시 투자를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높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미국 달러 투자법을 살펴봤다.
강남 엄마(고액 자산가) 중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전부터 달러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 ‘서학개미’ 열풍이 불기 한참 전부터 달러 투자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해외 유학이 빈번해지면서 강남 엄마들은 꽤 오래전부터 몸소 환율 공부를 체험해 온 셈이다. 이미 부동산·채권·예금 등 원화 자산을 다양하게 보유했다면, 달러로 분산 투자하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회피(헤지)하는 것이 고액 자산가의 ‘필수 코스’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산가들의 달러 투자 계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학·쇼핑·여행경비 등 실제로 달러화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율, 달러 가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점이다. 자녀를 유학 보내 놓고 돈을 보내줘야 하는데 높은 환전 수수료와 널뛰는 환율로 충격을 받으면서, ‘미리 좀 (달러를) 사 둘걸’ 하는 후회로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꽤 있다. 여행 후 남은 달러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유리한 시점을 재다 보니 달러 가치에 눈을 뜨게 되기도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겪으며 ‘킹달러’ ‘수퍼달러’에 대한 기대감 또는 엔비디아의 눈부신 부상을 접하고 미국 증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달러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분산투자 효과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쳐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때마다 달러는 더 강해지기 때문에 자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경제가 불확실할수록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서 빛을 발한다. 달러에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외화예금이다. 일명 달러 통장을 만들어 달러화를 넣어두는 방법이다. 환전 수익에 따른 세금이 따로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자수익에 대한 15.4%의 이자소득세만 내면 된다. 원화 예금과 외화예금을 합친 총액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평균 금리(1년 예금 기준)가 5% 정도로 원화 정기예금보다는 살짝 높지만, 여전히 기대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원화로 달러를 사고, 달러를 원화로 재환전할 때마다 환전 수수료도 내야 한다.

박경민 기자
외화예금의 단점을 보완하는 두 번째 투자 방법은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다. 증권사가 달러로 표시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내어 돌려주는 상품이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 투자할 수 있어 단기자금을 예금에 몇 년씩 묶어 두기 아까운 투자자에게 추천한다. 하루만 보관해도 4.7% 이상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기간에 따라 최대 6% 가까이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다. 달러 ETF는 미국 달러 환율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로 달러 환율이 오른 만큼(원화가치 하락) 수익이 나고 환율이 떨어진 만큼 손실이 난다. ‘KODEX 미국달러선물’ ‘KOSEF 미국달러선물’ 등이 대표적이다. 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것에 투자하는 인버스 ETF 상품도 있다.

최근 달러 투자 트렌드는 직접적인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 리스크를 더 지는 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투자 네 번째 방법은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되는 것이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다음 미국 주식시장이 열릴 때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주식을 사고파는 식이다.

해외 주식 거래를 하려면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달러로 환전한 돈이 계좌에 있어야 한다. 만약 내가 산 미국 종목 주가가 오른다면 ①시세차익 ②배당금 수익 ③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주가와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면 손해도 두 배다. 여기에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도 내야 한다.

박경민 기자
최근 미국 증시는 ‘너무 올라버렸다’는 고점 논란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서 강남 엄마 특유의 성향이 드러난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강남 고액 투자자들은 저렴한 주식을 찾아다니기보다는 비싸도 더 오를 주식에 관심이 많다”며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베팅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미 많이 올랐어도 미국 우량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강남 투자자들은 자녀 유학이나 지인 거주 등 미국과 접점이 많고, 여름 휴가도 미국과 유럽으로 주로 가서 일찌감치 선진국 시장 투자에 눈을 뜬다고 봤다. 그는 “그래서 고객에게 동남아 여행 몇 번 갈 돈을 모아서 미국 한번 가보라고 조언을 많이 드린다”면서 “도로에 테슬라는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 스타벅스는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등 직접 보고 오시란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가 미국 증시에서 추천하는 섹터는 기술주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리서치센터장이자 최고시장전략가 스티븐 도버는 여전히 인공지능(AI) 기술 관련주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는 “M7(매그니피센트7 : 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테슬라·엔비디아) 바로 밑에 있는 종목들은 아직 비싸지 않다”며 “AI 기술로 인해 파생되는 에너지 산업이나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등 인프라를 지을 부동산, 원자재 중에선 구리 등에도 투자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글로벌 경제에 특별한 위기가 없는데도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유일하게 나 홀로 순항 중이라는 점이 한몫한다. ‘환율을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이다’라고 할 만큼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해 수익을 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때마다 환율이 폭등하고 주식 시장은 폭락하는 만큼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간 달러당 원화 환율은 세 번 급등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환율은 다시 1600원 선으로 치솟았다. 가장 최근 고환율 논란은 2022년 10~11월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멈춰 서자 환율은 1444원까지 올랐다.

강달러 기조가 길어지면서 지금 달러 투자는 때늦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많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가 높다고 해도, 미국 기업은 앞으로 더 오를 여력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할 만하다고 말한다. 장 부사장은 “미국 주식 투자를 결정할 때 환율 자체보다는 기업의 실적, 배당 성향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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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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