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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 ‘관광지’로 주목…식당 매출 50% 늘어
중앙아 전통문화 체험에 해설사 상주…“손님맞이 최선”
지난 5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내 고려인문화관을 방문한 제주국제교육원 관계자들이 고려인 이주 160주년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즈드라스부이쩨.”(안녕하세요) “쓰바시바.”(감사합니다)

지난 5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내 마을해설사의 집. 처음 소리 내보는 발음이 어색한 듯 관광객들이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마을해설사인 정진산씨(58)는 “이 러시아 인사말들을 기억했다가 다니면서 써보셔야 한다”며 “그래야 고려인마을을 더 잘 이해하고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 7000여명이 거주하는 국내 유일 고려인 집단 거주 지역인 광주고려인마을이 항일운동 유산과 이색적인 중앙아시아 문화 체험 등을 통해 새로운 지역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평일인 이날도 고려인마을 곳곳에선 연인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 관광객들이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중학생 30여명은 곧장 홍범도 공원을 찾아 흉상을 둘러본 뒤 헌화하고 한참 동안 고개 숙여 묵념했다. 봉오동 전투의 주역인 홍범도 장군 흉상은 장군이 묻혀 있던 카자흐스탄 홍범도 공원 흉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항일운동 역사를 기리기 위해 학생들이 고려인마을에서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라는 게 마을해설사들의 전언이다.

중앙아시아 전통음식을 맛보고 사진을 찍으러 온 개별 관광객도 많았다.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 반경 300~400m 내에는 중앙아시아 전통음식인 ‘레표시카’(빵)와 ‘샤실리크’(꼬치구이)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 등 가게 수십곳이 있다.이들 식당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보다 매출이 최소 50%가량 늘었다고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설명했다.

고려인마을이 처음부터 관광지로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고 농촌 접근성도 높아 고려인마을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2001년 무렵 고려인 노동자 일부가 정착하기 시작해 현재는 고려인 2~3세 7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을 위한 상담소와 지원센터, 진료소, 방송국, 교육시설 등이 구축돼 사실상 전국 유일의 고려인 공동체마을로 평가된다.

하지만 규모가 늘어날수록 ‘외국인 밀집지’라는 부정적 인식과 함께 선주민과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일부 선주민을 중심으로 한때 외국인들에게는 방을 내줘선 안 된다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고려인마을에 대한 평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고려인마을은 고려인 동포 피란민 900여명에게 항공권을 지원하며 국내 입국을 도왔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숙식과 일자리도 제공했다. 고려인이 단순 외국인이 아닌홍범도 장군 등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점도 재조명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려인마을은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국내외가 주목하는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평가됐다.

고려인마을은 새 도약을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최근 마을해설사가 365일 상주하는 ‘해설사의 집’ 문을 열었고 중앙아시아 의상을 입어보고 빌릴 수 있는 ‘의상대여소’도 따로 마련했다. 정기적인 음식 만들기 체험과 문화공연 등 즐길 거리도 구상 중이다.

이천영 광주고려인마을 공동대표는 “관광객들이 불편 없이 마을을 돌아보고 즐길 수 있도록 관광객맞이에 최선을 다해 ‘역사마을 1번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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