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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폭우 속 실종’ 배송노동자 등
기상 악화 때마다 안전 위협받지만
작업중지권 보장 안 돼 무리한 배송
폭우가 쏟아진 10일 대구 동구 금강동이 금호강 범람으로 침수, 고립된 가운데 마을 주민이 짐을 챙겨 침수된 도로로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송을 못 할 것 같아.”

9일 새벽 5시12분께 경북 경산시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ㄱ씨는 사고 전 동료에게 남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경찰은 ㄱ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지는 폭우로 배송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기상 악화 시 노동자의 판단에 따라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그러나 택배기사 등 배송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사업주의 업무 지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돼 있기에 산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택배사들, 폭우 때 작업중지 별도 규정 안 둬

10일 폭우로 전북 군산시 성산면 한 아파트 뒤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와 나무가 쓸래내려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무 특성상 배송업무 중 위험한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2011년 7월에도 폭우 속 배송업무를 하던 집배원이 사망했고, 2016년 6월에도 같은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계속되자 우체국은 2018년 ‘우편물 이용제한 및 우편업무 일시 정지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위험도에 따라 총괄우체국장이 집배 업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민간 영역인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택배기사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작업중지권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한진택배, CJ 대한통운 등 대부분의 택배사는 여전히 폭우 때 작업 중지에 관해 아예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거나, 있더라도 암묵적인 내부 지침 정도로만 삼는 수준이다.

기상 악화 땐 물류량 자체를 줄여야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진일(49)씨는 “폭설이 오든 태풍이 오든 아이스박스나 생물은 무조건 당일 배송해야 하니까, 결국 아무리 위험해도 (배송을)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스박스를 당일 배송하지 못해 내용물이 상할 경우 택배기사가 사비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상 악화 시 물류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택배사들이 “(기상 악화가 심할 경우) 꼭 당일 배송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를 하더라도, 물류량이 줄지 않는 이상 오늘 미루면 내일 배달량이 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물류량이 똑같으면 어떻게 해도 부담되기는 매한가지”라며 “지난겨울 폭설이 왔을 때 동료 중 한명은 무리하게 배달하다 결국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경북 경산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쿠팡 CLS) 소속 배송기사들 역시 “폭우나 폭설, 태풍이 올 때는 로켓배송 물량에 제한을 둬 배달량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현재 쿠팡은 기상 악화 시에도 로켓배송으로 접수되는 물량을 줄이지 않는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쿠팡 자회사인 씨엘에스는 정해진 배송량을 시간 내에 끝마치지 못하면 기사에게 할당됐던 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해고하는 구조”라며 “결국 어떻게든 시간 내에 배송하려는 마음이 드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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