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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줄곧 이곳에서 살았지만, 제방이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어르신들 깨워서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10일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마을 입구 도로가 모두 물에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을 고무보트에 실어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서구 용촌동 2통장(정뱅이마을)을 맡은 김용길(66)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10일 새벽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밤새 내리던 비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던 김씨는 10일 오전 3시쯤 차를 몰고 마을 앞에 있는 제방으로 달려갔다. 눈짐작으로 봐도 제방 꼭대기까지는 불과 30㎝ 남짓만 남은 상태였다.



새벽 제방 확인…붕괴 우려에 긴급 방송
비가 더 내리면 저수지 물이 넘칠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다급한 상황을 설명하고 마을 방송을 시작했다. 집에서 마을회관까지는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는 마을회관 방송시스템과 연결된 휴대전화로 대피 방송을 시작했다. “제방이 무너질 것 같으니 지금 곧바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때가 오전 4시쯤이었다.

김씨가 두 차례의 안내방송을 내보내자 주민들은 옥상과 마을 뒷산 등으로 대피했다. 대부분 고령으로 대피한 주민은 30여 명에 달했다.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한 직후 마을 앞쪽에서는 “첨벙~ 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세한 물줄기가 마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방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김씨가 대피방송을 한 지 불과 20여 분 뒤 일이었다.
10일 새벽 강한 비가 쏟아져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이 물에 잠긴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이날 오전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식간에 들이닥친 물줄기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물에 잠겼다. 27가구는 금세 고립됐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충격으로 전신주도 힘없이 쓰러졌다. 동시에 전력 공급도 끊겼다. “대피 방송이 20분만 늦었다면 정전으로 안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전신주 쓰러지면서 전력 공급도 중단
김용길씨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마을로 밀고 들어오는 데 겁이 나고 얼른 주민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한 분도 다치지 않고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맹이마을에 사는 주민 최모(64)씨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손쓸 틈도 없이 주민들이 고립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을 주민인 목원대 권선필 교수도 집에 있던 보트를 활용해 어르신과 반려견을 구조했다고 한다.
1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이 밤사이 내린 폭우로 잠겨 있다.연합뉴스
옥상과 지붕, 마을 야산 등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과 대전 서구청 직원을 통해 구조됐다. 오전 5시16분쯤 “마을에 물이 차 지붕에 올라와 있다”는 신고를 받은 대전소방본부는 자동차 13대와 인력 70여 명을 긴급하게 투입, 구조작전에 나섰다.



소방당국, 4시간 만에 주민 36명 모두 구조
하지만 마을로 통하는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겨 접근이 어려웠다. 결국 소방당국은 구조 보트를 투입, 맨눈으로 보이는 7명을 구조한 데 이어 신고 접수 4시간 만에 주민 36명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대피한 주민들을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에 머물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마을 이장님(통장)의 대피방송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호우와 태풍 등에 따른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경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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