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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난 9일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15분쯤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입구에 들어가기 위해 횡단보도 위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오동욱 기자


지난 9일 오후 6시7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성수역 3번 출구로 모인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면서 차도 위 횡단보도까지 점령했다. 아차산로에서 성수이로로 우회전하던 승용차 한 대가 경적을 울렸다. 그렇지만 몰려든 인파로 줄은 더욱 길어졌고, 우회전하려는 차들도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팝업스토어나 벤처·스타트업이 입주한 지식산업센터가 다수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한 성수동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기존 교통 설비와 안전 인프라로는 늘어난 직장인과 관광객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불편과 불만이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뭔 일이 터질 것 같다’는 불안이다.



성수동의 눈부신 성장과 그늘,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수동은 2014년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사업구역에 지정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 팝업스토어가 매주 60~70곳 정도 열린다. ‘팝업스토어 성지’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사람이 모이고 ‘핫’해지면서 성수동에 터를 잡는 회사도 많아졌다. 성동구청 공시를 보면 한 건물에 제조업·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산업체들이 함께 입주한 ‘지식산업센터’가 지난 5월 기준 67개(입주업체 5915개)로, 2013년 32곳(입주업체 1916개)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유동인구도 가파르게 늘었다. 서울시 지하철 승하차 인원 정보를 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오후 6시에 성수역을 이용한 승객은 24만여명이었다. 9년 전 같은 달 15만7000명에 비해 10만명 가량 늘었다. 오후 6시 성수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9년 전에 비해 하루 평균 3000명씩 늘었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지난 9일 오후 6시7분쯤 성수역 3번 출구에 몰려들고 있다. 오동욱 기자


지하철 출입구 수는 “1970~80년대 개통 때 그대로”

교통 여건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 시간대 성수역 3번 출구엔 차량과 행인이 차도에 얽힌 아슬아슬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면서도 차도 위까지 이어진 줄에 선다. 성수역에 입장하려면 어쩔 수 없다.

역무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김강준 성수역 역장은 “하루 평균 4만여명이 승차하고 4만6000여명이 하차하는 ‘핫플레이스’지만, 출입구 환경은 1970~80년대 개통될 당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역장은 “솔직히 사람이 몰려 사고라도 날까 불안하다”며 “지금은 시니어 안전도우미를 채용해 안전 유도를 하는데 출구가 빨리 확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점포 주인들도 불만이다. 3번 출구 바로 옆에서 프랜차이즈 문구점을 운영하는 주제중씨(38)는 “구청에서 ‘사람들이 줄 설 수 있게 주차공간을 줄이라’고 해서 차 두 대를 대던 공간을 한 대로 줄였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찻길 위에 줄을 선다”며 “에스컬레이터를 계단으로 바꾸든가 해야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20년째 노점을 하는 A씨(70)는 “구청에서 ‘사람들 줄 서도록 상점을 없애라’고 하는데, 3번 출구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만 있어도 사람들이 찻길에 줄을 서진 않을 것”이라며 “구청이 제대로 된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중심 상권이 형성된 연무장길의 모습. 차량과 행인이 경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오동욱 기자


사람과 차량이 한데 엉켜 다니는 성수동

교통안전 문제는 성수동의 중심 상권인 연무장길에서도 나타났다. 연무장길은 양방향 차로인데 인도와 차로의 구분이 없어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다닌다.

지난 9일 오후 연무장길을 지나던 차량이 행인을 보고 경적을 울렸다. 좁은 길을 차량 두 대가 교행하느라 행인이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경적에 놀라 운전자를 흘겨본 이모씨(53)는 “진짜 사고 날까봐 불안해 죽겠다”면서 “그나마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없는데 주말에 사람이 몰리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일방통행을 하고 인도를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운전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연무장길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지은씨(35)는 최근 사고를 냈다. 이씨는 “차를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길 한가운데로 사람이 와 차에 부딪혔다”며 “사람하고 차가 엉키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유아차에 손자를 태우고 나온 남모씨(63)는 “손자가 유아차에 타고 있을 땐 괜찮은데, 걷거나 하면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남씨는 “상인이나 주민을 생각하면 ‘차 없는 거리’는 불가능할 것 같고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헀다.

성동구청은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성수역 3번 출구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문제에 관해 “도로교통공단, 서울경찰청 등이 타당성 검토와 승인 절차를 밟아야 결정된다”고 말했다. 연무장길 혼잡에 관해선 “지난해부터 교통체계 개선 기본 구상 용역을 진행 중이고, 차 없는 거리도 시범 운영을 했다”면서 “차 없는 거리 확대 시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차도와 구분되는 보도를 설치하거나 일방통행으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선 “도로 폭이 좁고 주민 동의도 충족되지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윤효진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한 공간에 인파가 갑자기 많이 몰리면 교통 혼잡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건물 안쪽을 지하철 통로를 연계하거나 동선을 늘려 인파 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로폭이 좁은 연무장길에 대해선 “바닥을 도색해 차로와 인도의 경계를 그어주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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