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이 지난 5월 마닐라 외곽에서 적발한 무허가 병원. 필리핀 조직범죄대책위원회 제공
필리핀 경찰은 지난 5월 마닐라 남부 교외의 한 병원을 급습했다. 이 병원에서는 모발 이식 도구, 치과 임플란트 도구, 피부 미백 링거액 등이 압수됐다. 또 베트남인 2명, 중국인 1명 등 의사 3명과 중국인 약사 1명, 베트남인 간호사 1명이 체포됐는데 이들 중 필리핀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사람은 없었다. 400평방미터 규모의 이 병원에서는 혈액투석기도 발견됐다.
10일 영국 BBC가 보도한 필리핀 내 무허가 비밀 병원의 모습이다. 필리핀 경찰은 이 병원들이 수배자나 범죄조직 조직원 등에게 체포를 피할 수 있도록 성형수술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의 대통령 직속 반조직범죄위원회(PAOCC)의 대변인인 윈스턴 존 카시오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병원들처럼 보이지만, 일단 들어가면 그 병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종류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그 병원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병원들은 제대로 된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도망자도, 불법체류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2년 12월 필리핀 이민 당국이 신원을 숨기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 폭력조직원 1명을 체포했는데, 이 같은 사건은 이런 비밀 병원들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카시오 대변인은 지적했다.
필리핀 경찰은 제보를 받이 이 비밀 병원을 적발했다. 경찰은 이 병원보다 규모가 4배나 큰 병원 두 곳을 추가로 추적하고 있다. 경찰 대변인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두 개의 불법 병원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불법 병원들의 고객에는 필리핀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온라인 도박장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온라인 도박장이 불법 병원을 소유한 경우도 최근 적발됐다.
POGO(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라고 불리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한 중국 자본 투자로 2016쯤부터 필리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POGO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대에 번창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온라인 도박장이 전화·온라인 사기, 불법 입국 알선·인신매매 등 범죄 활동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