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산 ‘폭우 속 실종’ 배송노동자 등
기상 악화 때마다 안전 위협받지만
‘작업중지권’ 보장 안돼 무리한 배송
9일 오후 경북 경산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송을 못 할 것 같아”

9일 새벽 5시12분께 경산시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ㄱ씨는 사고 전 동료에게 남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경찰은 ㄱ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지는 폭우로 배송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기상 악화시 노동자의 판단에 따라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그러나 택배기사 등 배송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사업주의 업무지시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돼있기에 산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하지만 기상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무 특성상 배송업무 중 위험한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2011년 7월에도 폭우 속 배송업무를 하던 집배원이 사망했고, 2016년 6월에도 같은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계속되자 우체국은 2018년 ‘우편물 이용제한 및 우편업무 일시 정지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위험도에 따라 총괄우체국장이 집배 업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민간 영역인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택배기사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작업중지권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한진택배, CJ 대한통운 등 대부분의 택배사는 여전히 폭우 때 작업 중지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는 상황이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40대 김아무개씨는 “폭설이 오든 태풍이 오든 아이스박스나 생물은 무조건 당일 배송해야 하니까, 결국 아무리 위험해도 (배송을)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스박스를 당일 배송하지 못해 내용물이 상할 경우 택배기사가 사비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기상악화시 물류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택배사들이 “(기상악화가 심할 경우)꼭 당일 배송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를 하더라도, 물류량이 줄지 않는 이상 오늘 미루면 내일 배달량이 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물류량이 똑같으면 어떻게 해도 부담되기는 매한가지”라며 “지난 겨울 폭설이 왔을 때 동료 중 한명은 무리하게 배달하다 결국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덧붙였다.

쿠팡 배송 전문 자회사(쿠팡 CLS)소속 배송기사들 역시 “폭우나 폭설, 태풍이 올 때는 로켓배송 물량에 제한을 둬 배달량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현재 쿠팡은 기상 악화 시에도 로켓배송 물량에 제한을 두지 않아, 폭우나 폭설이 오는 날에도 평시와 같은 양의 배달업무를 시간 내에 끝마쳐야 한다. 쿠팡 씨엘에스 소속 강아무개씨는 “쿠팡 자회사인 씨엘에스는 정해진 배송량을 시간 내에 끝마치지 못하면 기사에게 할당됐던 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해고하는 구조”이라며 “결국 어떻게든 시간 내에 배송하려는 마음이 드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더 크다”고 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529 [단독] ‘北 인권’ 강조 새 통일담론 맞춰… 통일부, 2개 과 신설 랭크뉴스 2024.08.15
43528 못말리는 한국의 명품 사랑… 카카오 럭셔리 매출 껑충 랭크뉴스 2024.08.15
43527 8월 15일 한겨레 그림판 랭크뉴스 2024.08.15
43526 [단독] 6년 알리에 개인정보 준 카카오페이 “5월 중단” 해명 랭크뉴스 2024.08.15
43525 “어학연수 보다 싸요”...‘필리핀 이모님’에 난리 난 ‘강남 엄마’들 랭크뉴스 2024.08.15
43524 우간다 쓰레기 매립장 붕괴 사망 26명으로 늘어…"39명 실종" 랭크뉴스 2024.08.15
43523 日총리, 바이든 흉내? “그는 이미 산송장이었다” 랭크뉴스 2024.08.15
43522 ‘전기차 화재’ 청라 아파트 인근서 또다시 차량에 불 랭크뉴스 2024.08.15
43521 [사설] 두 쪽 난 광복절 개탄스럽다 랭크뉴스 2024.08.15
43520 엠폭스 새 하위계통 확산…보건비상사태 결정 전문가 회의(종합) 랭크뉴스 2024.08.15
43519 "해외에서도 '불닭'만 찾는다"...라면 하나로 '초대박' 행진 랭크뉴스 2024.08.15
43518 결혼 앞둔 여친 “당신보다 나이 훨 많다” 고백…나이 차이가 무려 랭크뉴스 2024.08.15
43517 해리스 경제정책, 바이든 계승하되 물가 올린 대기업에 더 강경 랭크뉴스 2024.08.15
43516 “코로나 걸렸어요, 학교 가도 되나요?”… 방역 지침은? 랭크뉴스 2024.08.15
43515 EU집행위 '성비 균형' 역행하나…현재까지 여성후보 29%뿐 랭크뉴스 2024.08.15
43514 우크라 “러 영토엔 관심 없어…‘평화 회복’ 동의 땐 공격 중단” 랭크뉴스 2024.08.15
43513 “나 서울대생 부모야”…‘서울대 가족’ 스티커 논란 랭크뉴스 2024.08.15
43512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용천동굴’ 비경 공개 랭크뉴스 2024.08.15
43511 "韓 김예지만" "톰크루즈는 왜"…올림픽 포스터에 中日 발끈한 이유 랭크뉴스 2024.08.15
43510 우원식 국회의장 “독립운동 왜곡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불참” 랭크뉴스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