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완주 장성천 범람으로 고립됐던 노인들…배관 기둥 매달리며 버텨


폭우 피해 본 완주군 마을
(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10일 폭우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엄목마을 일대가 전신주가 쓰리지고 침수되어 있다. 2024.7.10 [email protected]


(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집 안으로 물은 차오르지, (쓸려온 물의 압력으로) 문은 안 열리지, 창문을 깨고 집 밖으로 가까스로 탈출했어요. 안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폭우가 내린 10일 이른 아침, 전북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 모여 있던 이완우(80)씨가 밤사이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바짝 마른 입맛을 다셨다.

아내와 같이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씨는 이날 오전 3시 30분께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했다.

창밖을 보니 집 앞 장성천의 물이 불어나 거센 소용돌이를 치며 휘돌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이씨와 그의 아내는 당장 덮고 있던 이불 하나와 휴대전화를 챙겨 유리창을 깨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미 거실까지 습격한 거대한 냇물의 수압으로 방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 앞에는 축축해진 이불이 놓여 있었다. 그는 "비가 오니 몸이 추웠다. 아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마당 앞의 배관을 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며 "119에 신고한 뒤 배관 기둥에 매달려 구조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소방대원들도 물이 워낙 많이 차오르다 보니 당장 집으로 건너오질 못했다"며 "다행히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면서 범람했던 천변 물도 서서히 줄어드는 게 보였고, 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우리 쪽으로 건너왔다. 아,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고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고립된 주민 구하는 구조대원들
(완주=연합뉴스) 10일 오전 내린 폭우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한 마을 주민들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주민 18명이 고립됐으나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2024.7.10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이씨 옆에 있던 안희인(88)씨도 지난 밤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고령인 안씨는 귀도 잘 안 들리고, 혼자 사는 탓에 빗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안씨는 "2시쯤 깼는데 방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봤는데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라 있었다"며 "이대로 집에 있으면 떠내려가겠다 싶어서 '사람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누군가가 나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 행정복지센터에 주민들이 모여있다고 하니 거기로 가 보라고 했다"며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고맙다. 몸이 아파서 집에 있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다"라며 안도했다.

다른 마을에서는 '냉장고가 둥둥 떠다닌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4시 11분께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인근 장선천이 넘쳐 주민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집 옥상 등 높은 곳에 올라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18명을 순차적으로 전원 구조했다.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거나 대피한 주민들 10여명은 운주행정복지센터에 모여 있다.

인근 운주파출소와 운주동부교회 등으로도 대피했으며, 주민 대부분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벽 폭우로 범람한 강물이 덮친 평온한 시골 마을의 노인들은 대피소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속절없이 바라보며 간밤의 '악몽'을 서로 털어내며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걱정하는 듯했다.

폭우에 밀려난 컨테이너
(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10일 폭우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엄목마을 앞 컨테이너가 밀려나 있다. 2024.7.10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632 [올림픽] 박태환 "황선우·김우민 등 황금세대, 왜 지금 나왔나요"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31 이진숙, 법카 논란 ‘버티기’…입증 자료 없이 말로만 “업무용”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30 최재영 "김건희 여사, 장차관 인사 한동훈과 최종 조율"‥국민의힘 "사실 아냐"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9 방통위법, 본회의 통과‥'방송법' 상정과 2차 필리버스터 시작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8 [올림픽] 북한 개회식 기수는 다이빙 임영명·유도 문성희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7 '마지막 퍼즐' 오바마, 해리스 지지 선언…후보 확정 '쐐기'(종합)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6 ‘방송법 개정안’ 상정·무제한토론 시작…이 시각 국회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5 “수술방 오래 쓰면 눈치 보인다” 소아외과 의사들의 하소연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4 [속보]오바마, 해리스 지지선언···“승리 위해 할수 있는 모든 일 할것”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3 시간 끌던 오바마, 해리스 지지 선언…“모든 일 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2 검찰,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실물 확보···동일성 확인중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1 '불법 도박' 혐의 FC서울 한승규 검찰 송치…구단 "계약해지"(종합)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20 [올림픽] 한국 선수단, 센강에서 배 타고 개회식 48번째로 입장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9 검찰,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실물 확보…검증 착수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8 환불 인파 몰린 티몬 본사서 잇단 낙상사고…어지럼증 호소도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7 '압구정 롤스로이스' 20대, 2심서 징역 10년…절반 감형(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6 [속보] 오바마, 해리스 지지선언 "승리 위해 모든 일 할 것"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5 올림픽 개막식 당일 佛철도망 연쇄 방화…“고의적 공격”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4 '마지막 퍼즐' 오바마, 해리스 지지…후보 확정 '쐐기' new 랭크뉴스 2024.07.26
43613 올림픽 개막일 프랑스에서 대규모 철도망 공격…열차 취소·지연 new 랭크뉴스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