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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신 미국 IPO 택한 두 IT기업 경제+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 이하 네웹)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지난달 27일 상장했다. 개당 100원짜리 ‘쿠키’(웹툰 결제 전용 디지털 화폐)를 팔아 달성한 네웹의 기업가치는 29억 달러(약 4조원)다. 네웹처럼 미국 데뷔를 꿈꾸는 또 하나의 한국 IT 기업이 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다. 2021년 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받은 뒤 몸집을 키웠고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다. 이들이 자신만만하게 ‘국장’ 대신 ‘미장’을 택한 원동력과 비전은 뭘까.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만화 베르세르크 中)는 말을 신념처럼 되뇌온 김준구 네웹 대표는 원하던 낙원을 찾아간 걸까. 네웹과 야놀자의 미래 뜯어 봤다.
이들의 미국행 이유? 받을 수 있는 몸값 단위가 달라서다. 하지만 ‘월클’이 모인 미국 증시는 데뷔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은 ‘정글’이다. 지금껏 국내 기업 10곳이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살아남은 건 그라비티뿐이다. 그마저도 일본 투자회사에 팔렸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도 공모가 대비 반토막난 주가로 고전 중이다. 가기도 힘들지만, 살아남는 건 더 어렵다. 쿠키 팔아 큰 네웹과 숙박 예약 수수료 받아 성장한 야놀자는 큰물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는 걸까.

정근영 디자이너
네웹이 2005년 선보인 웹툰은 페이지 대신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새로운 콘텐트 장르. 네웹은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 1억7000만 명과 창작자 2400만 명이 모인 거대 생태계를 만들었다. 숙박 예약에서 시작한 야놀자는 항공·레저·공연 예약까지 확장, 클라우드 사업까지 키웠다. 이들이 태평양 건너 미국 주식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네웹 1주당 공모가는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시한 희망 밴드(18~21달러) 상단인 21달러로 확정됐다. 상장 첫날 9.5% 오른 23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이튿날엔 소폭(0.74%) 내렸다. 이번 상장으로 네웹은 공모가 기준 3억1500만 달러(약 4400억원)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갔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네웹 증권신고서(S-1)를 살펴보니 정체된 성장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2022년 1분기 1억6700만 명이었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 1분기도 크게 다를 것 없는 1억6900만 명 수준이었다. 월간유료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760만 명에서 780만 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IP 비즈니스매출 비중도 여전히 전체에서 10% 이하였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각종 지표가 둔화한 상태라 시간을 두고 시장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착땐 몸값 껑충 뛰지만 국내 10곳 중 9곳 ‘고배’
김영옥 기자
야놀자는 지난해 말 NYSE 출신 알렉산더 아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올해 2월엔 미국 현지에 100% 출자 법인도 설립했다.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땐 보통 현지에 지주사를 설립해 상장시키는데 그 절차를 밟아 가는 것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야놀자가 이르면 7월 미국에서 기업공개(IPO)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야놀자가 몸값으로 최대 90억 달러(약 12조3000억원)로 평가받기를 원한다는 내용도 전했다.

고작 100원짜리 쿠키 팔아 미국 간다고? 네웹의 진짜 힘은 무엇일까. 망가(일본)도, 코믹스(미국)도 아니다. 김준구 대표는 상장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카테고리 크리에이터”라며 “웹툰이라는 콘텐트를 만들고, 플랫폼을 만들고, 산업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웹툰 시장이 2023년 54억 달러에서 2032년 676억 달러로 매년 37.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망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억 달러(그랜드뷰리서치)로 추정된다. 웹툰 시장의 두 배 이상이다.

‘웹툰 시장’ 창출한 네웹, 최근 성장정체 흔적 보여 네웹은 전 세계 2400만 창작자 생태계를 보유 중이다. 김준구 대표는 “수많은 리소스를 써서 하나에 집중하는 콘텐트 기업이 있고, 우리처럼 개인 창작자들이 갖는 다양성(IP)의 힘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회사도 있다”며 “(우리는) 다양성을 무기로 전혀 다른 길을 간다”고 말했다.

쿠키 판매를 통한 유료 결제가 주요 수익원(전체의 80%)이다. 하지만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유미의 세포들’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같은 네웹 원작을 영상화하는 등 IP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5500만 편 웹툰이 있기에, 그만큼 2·3차로 IP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앞으로 넥스트 해리포터, 넥스트 피카츄 같은 새로운 큰 IP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수익도 한 축으로 키운다.

김영옥 기자
경쟁자들이 바글바글하다. 네웹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는 지난달에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를 겨우 제쳤다. 돈 냄새 맡은 빅테크, 아마존과 애플도 끼어들었다. 일본 시장 중심으로 아마존 플립툰, 애플 북스를 통해 세로형 디지털 만화 콘텐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김준구 대표는 ‘빅테크가 치고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이 시장에 뛰어들 제일 쉬운 방법은 20조원 정도 써서 우릴 인수하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경쟁자가 많아도 너무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같은 숏폼(60초 이내 짧은 영상)도 경쟁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웹툰과 숏폼이 다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5분이 있을 때 웃긴 게 보고 싶으면 숏폼을 보면 되지만 스토리텔링 콘텐트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웹툰이 ‘원 앤 온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5분을 위해 넷플릭스를 켤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바이트 사이즈(한입 크기)’ 스토리텔링 콘텐트라는 우리만의 특성을 이용하면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 클라우드로 확장…‘수익 물음표’는 해결해야 야놀자는 새 먹거리로 클라우드 솔루션을 택했다. 산하정보기술, 인소프트 등을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호텔 등에 자동화솔루션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부문은 2020년 매출 비중 약 8%(157억원)에서 지난해 22%(1733억원)까지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도 지난 1분기 매출(44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야놀자 관계자는 “솔루션 인프라를 전 세계에 공급해 글로벌 여행 데이터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올 1분기 글로벌 사업 매출(해외계열법인 실적)은 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27개국에서 50개 지사, 4개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여행 솔루션 기업 고글로벌트래블(GGT)을 인수한 후 113만 개 여행상품을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 1만7000여 개 온·오프라인 여행사에 공급하고 있다. 야놀자는 이를 자사 클라우드 솔루션과 연계해 전 세계 지역 간 경계 없는 글로벌 여행 시장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야놀자는 국내에서 여기어때와 피 터지는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익성은 여기어때에 밀린다. 한국인 대상 아웃바운드(outbound·내국인 해외여행)에 집중하는 야놀자가 한국 밖에서 부킹닷컴 등 해외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과 비교할 때 경쟁 우위가 있는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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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 대군 이끌고 왔다…‘배달의민족’ 덮친 ‘쿠팡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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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망할까 펑펑 울었다” 이랬던 네이버 치명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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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배민도 망한 걸 어떻게? 日서 통한 K스타트업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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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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