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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의 지명으로 방통위 ‘2인 체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자가 지명 직후 방통위 2인 체제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며 야당을 향해 공세적 발언을 쏟아내자, 야당은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며 반박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자는 임명에 앞서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야 하는 만큼, 방통위 2인 체제를 둘러싼 책임과 위법성 논란 등 공방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방통위 파행 사태’에 책임”

이 후보자는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 직후 기자들 앞에서 “민주당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작년부터 (방통위) 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 하는 자리에서도 “방통위 2인 체제 책임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면 민주당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2인 체제의 책임을 거듭 민주당 탓으로 돌리며 “내가 그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당시 위원장 직무대행)의 후임으로 이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국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임명이 무산된 바 있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을 보면,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은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국회 추천 몫 3명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신 등에 대한 표결을 거부했으니, 2인 체제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이 이 후보자와 여당 논리다. 결과적으로 방통위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인 부위원장을 임명하면서부터 줄곧 대통령 추천 몫만으로 채워졌다.

반면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이 후보자와 여당이 중요한 사실관계를 누락한 채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한다. 대표적 사례가 ‘최민희 임명 거부 사태’다. 최민희 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3월 안형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국회(야당 몫) 추천을 받았으나,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최 위원장의 이력이 ‘이해충돌’이라고 문제 삼았고, 방통위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법제처 유권해석은 6개월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법제처 유권해석이 6개월 넘게 걸릴 일인가”라며 같은 해 11월 방통위원 후보직을 내려놓은 뒤 올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최 위원장실 관계자는 “애초 정부·여당의 결격사유 주장은 명분일 뿐, 방통위의 인적 구성을 여권 우위의 구도로 바꾸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최 위원장 임명 거부 직후인 같은 해 5월3일 대통령 몫인 김창룡 방통위원의 임기가 끝나자 이상인 위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여야 2 대 3 구도의 방통위는 2 대 2가 됐고, 같은 달 30일 한상혁 위원장까지 윤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며 그 구도는 2 대 1로 바뀌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해임안 등이 그때부터 막힘없이 방통위에서 처리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최 위원장 사퇴 이후 더는 방통위원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향해 방통위를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약속 등을 요구했다. 그사이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와이티엔(YTN) 민영화 의결 등을 밀어붙였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통위가 대통령 소속 기구이지만 방통위법에서는 위원회의 독립적 운영과 합의제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존중하기보다 야당 및 국회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추천한 상임위원을 임명하지 않는 등 1년 가까이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로 운영해왔다. 2인 체제의 1차적 책임도, 가장 큰 정치적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2인 의결 위법성 논란도 재점화 가능성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방통위는 다시 2인 체제가 된다. 특히 이 후보자가 현재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선임과 관련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방통위법에 의결 요건을 ‘재적 위원의 과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2인 체제의 안건 심의·의결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는 태도다. 다시 말해 방통위원이 2명일 때 재적 위원도 2명이고 과반도 2명이라는 주장이다. 방통위가 2017년과 2023년에 의뢰한 외부 법률 자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도 국민의힘은 강조했다.

반면 이러한 기술적 해석이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낸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정지 가처분에서 권 이사장 손을 들어주면서 2인 체제 의결의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은 위원 구성에 반영된 정치적 다양성에 있다며 2인 의결이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3~4기 방통위원을 지낸 고삼석 동국대 인공지능(AI)융합학부 석좌교수는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여기서 합의제란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 주체인 행정부(대통령)와 입법부(국회) 사이 합의제”라며 “국회 추천 위원 없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부위원장 둘이서 의결하는 것은 (행정부의) 장차관이 회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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