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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태양광 기업, 실적 악화에 주가 폭락
공급과잉에 생산비용보다 제품가 낮아져
투자업계 “회복될 거란 희망 품지 말라”
중소기업 상장폐지, 파산 잇따를 듯

‘재생에너지 굴기’를 앞세워 전 세계를 휘어잡은 중국 태양광 산업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6개월 만에 5573억위안(약 105조8650억원) 줄었다. 한국 증시에서 시총 4위인 현대차(약 57조원) 두 개와 맞먹는 규모가 증발한 것이다. 무질서한 생산능력 확충 탓에 수요보다 훨씬 많은 제품이 시장에 쏟아졌고, 결국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위기에 몰렸다. 투자업계는 중국 태양광 산업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희망’이라며 중소기업부터 빠르게 도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0일 중국 증권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완제품인 모듈을 생산하는 론지그린에너지의 시가총액은 지난 9일 997억2700만위안(약 18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1735억3700만위안(약 32조9100억원)으로 지난해를 마감했는데, 반년 만에 43% 하락한 것이다. 론지그린에너지의 시가총액이 1000억위안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1000억위안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중국 태양광 기업은 한때 12곳에서 이제 양광전력(1208억위안) 단 한 곳만 남게 됐다. 하지만 양광전력 역시 지난 6개월간 시가총액이 30% 넘게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위안대 태양광 기업은 조만간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정서희

론지그린에너지를 비롯해 중국 태양광 상장 기업 대부분 상반기 동안 두 자릿수의 주가 하락세를 기록했다. 태양광 모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출하하는 트리나솔라의 주가가 9일까지 45%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광발전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퉁웨이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35% 떨어져 지난해 전체 하락폭(29%)을 넘어섰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이러한 주가 하락으로 인해 태양광 산업의 전체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5573억위안 증발했다고 전했다.

각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론지그린에너지는 지난해 9억4200만위안(약 179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3억5000만위안(약 4460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신고했다. 모듈 생산기업 JA솔라는 지난해 48억1300만위안(약 913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최대 12억위안(약 22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일재경은 “시장은 태양광 기업들이 상반기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구체적 손실 규모는 반기 보고서가 공개되지 전까지 가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서남부 어얼둬쓰시의 쿠부치 사막에 있는 중국 최대 규모의 ‘다라터 태양광 발전 기지./바오터우시 제공

공급과잉에 가격 폭락… “누군가는 게임판 떠나야 시장 반등”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친 것은 공급과잉의 결과물이다. 중국은 ‘글로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돈을 쏟아부었다. 탄소중립 열풍으로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수요가 급증한 것도 중국 투자 열기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태양광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가치사슬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중국 기업들이 싹쓸이했다. 중국은 기세를 몰아 공장을 계속 늘려나갔다. 지난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만 1000기가와트(GW)에 육박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생산능력을 모두 합해도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전 세계가 매년 설치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발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듈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와트(W)당 0.114달러로 지난해 고점 대비 52% 하락했다. 이같은 가격 하락세는 태양광 원재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전체 가치사슬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태양광 산업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론지그린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야 했고, 결국 손실을 기록했다”라고 했다.

이에 지난달 중국 국가에너지국까지 나서 태양광 공장의 신규 건설을 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분석가들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올해에도 최대 600GW의 생산능력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2032년까지의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이와증권의 데니스 입 수석연구원은 “중국 태양광 부문이 근본적으로 회복될 만한 어떠한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다”라며 “투자자들이 헛된 희망을 품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 태양광 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태양광 A주 중 특별관리(ST) 종목만 8개 기업에 달한다. ST 종목은 재무 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 위험이 큰 기업이다. 중국 중원증권은 “자금력이 약한 3, 4선 기업들이 먼저 도태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고, 폴리실리콘 기업 GCL테크의 란톈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반등하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게임판’을 떠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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