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금융사고 막기 위한 내부 통제 없어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의 모습. 우리은행 제공

대출사기 등으로 180억여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수사 과정에서 은행의 미흡한 관리·감독 등 실태가 확인됐다. 앞서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사고 과정의 내부통제 미흡이 발견될 경우 본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조처가 주목된다.

앞서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 황보현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개월여 동안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의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등 방식으로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등)로 ㄱ(34)씨를 지난 5일 재판에 넘겼다. ㄱ씨는 이 기간 동안 무려 35차례에 걸쳐 대출 서류를 위조했으며, 위조된 서류를 본점 담당자에게 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 은행 차원의 적절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다. 9일 수사 결과 자료를 보면, ㄱ씨는 결재권자가 부재할 때 관행적으로 실무 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하는 관행을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출금을 대출 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뒤 이 대출금을 지인의 계좌로 송금하는 대담한 수법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결재 권한이 있는 지점장이 휴가 등 공식 부재 상황이 아닌 경우, 실무 담당자가 대출 결재를 대신 해선 안 된다”며 “이후 감사에서 이 부분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 종류에 따라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건에서 대출명의자에게 대출금이 전달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명의자에게 대출 실행 알림이 제대로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0개월여에 걸친 횡령 사실을 우리은행 쪽이 뒤늦게 포착해 자체 조사에 착수하자 지난 6월 ㄱ씨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불거졌다.

향후 금융 감독 당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본점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엄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모든 임직원에게 내부통제 교육을 해 앞으로는 같은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ㄱ씨는 가상자산 투자 자산을 마련하고자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빼돌린 대출금 약 180억원 가운데 약 150억원을 가상자산 구매 등에 사용했고, 대출 채무 돌려막기에 약 27억원, 개인 용도로 약 3억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몰수보전・추징보전을 통해 약 4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 은행예금, 전세보증금 등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1614 “나 떠나면 반려견도 안락사해 달라”…알랭 들롱 과거 발언 소환 랭크뉴스 2024.08.21
41613 "표값 좀 내리세요" 최민식에, 카이스트 교수 맹비판? 랭크뉴스 2024.08.21
41612 “택시·식당 생계 곤란?”…공문 한 장에 충주시 ‘발칵’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8.21
41611 밤새 낙뢰 1349번, 요란한 '종다리'…공장 불나고 신호등 먹통됐다 랭크뉴스 2024.08.21
41610 윤상현 “협상을 어떻게 생중계하냐···대선 TV토론도 아니고” 랭크뉴스 2024.08.21
41609 태풍 ‘종다리’ 뒤끝…기습폭우 100㎜ 모레까지 퍼붓는다 랭크뉴스 2024.08.21
41608 “꽉 잡으세요” 늘 친절했던 기사님, 4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랭크뉴스 2024.08.21
41607 "남편이 '16세 연하' 알바생과 바람났어요"…글 올린 아내, 고소 위기 왜? 랭크뉴스 2024.08.21
41606 바람에 날아간 딸 모자 주우려다…40대 가장 강에 빠져 사망 랭크뉴스 2024.08.21
41605 '상속세 개편' 나선 민주당…일괄공제 8억·배우자공제 10억으로 확대 추진 랭크뉴스 2024.08.21
41604 세수 56조 펑크 났는데···대통령실 순방비·용산 이전비 예비비로 끌어다 썼다 랭크뉴스 2024.08.21
41603 중앙지검, 김여사 디올백 의혹 무혐의 결론‥곧 총장 보고 랭크뉴스 2024.08.21
41602 은행권 모든 대출 포함해 DSR 산출해야… 자율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랭크뉴스 2024.08.21
41601 맥주·위스키 수입 줄었는데 일본산은 늘었다 랭크뉴스 2024.08.21
41600 與 토론회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예외·차등적용해야" 랭크뉴스 2024.08.21
41599 與 "'생중계 회담' 불쾌하다니…작년 이재명과 다른 사람인가" 랭크뉴스 2024.08.21
41598 “영화 푯값 내리라는 최민식, 출연료 기부라도 했나” 랭크뉴스 2024.08.21
41597 박단 전공의 대표 경찰 출석…“전공의 사직은 개인 선택” 랭크뉴스 2024.08.21
41596 美 FDA 유한양행 ‘렉라자’ 승인, 국산 항암치료제 최초 랭크뉴스 2024.08.21
41595 6천억 대주주 지분 산 NXC, “소각도 검토한다”는 속뜻은… 나중에 소각해야 세금에 유리 랭크뉴스 202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