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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갈등에 당내 “모두 패자” 평가
“자해극” “심리적 분당” 등 부정적
일부 친윤만 “팔 내주고 목 자른 것”
(왼쪽부터)국민의힘 한동훈,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대표 후보가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 파동이 확산하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당권 주자들, 문자를 두고 갈라진 당 소속 의원들까지 “모두가 패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당의 자해극” “심리적 분당상태”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가 비전 경쟁 대신 문자 파동에 갇히면서 총선 참패 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문자 파동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당권주자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문자 파동을 두고 “다 망한 것”이라며 “한동훈은 배신자, 원희룡은 기회주의자, 대통령은 소인배, 김 여사는 측천무후 이미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문자 파동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가 됐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를 두고는 논리적이긴 하지만 인간미가 없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은 이유로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 국민의힘 TK 지역 중진 의원은 “대구·경북에서는 문자에 답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한 번은 씹어도 두 번, 세 번까지 문자를 보내면 답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당대표로서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것을 드러났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사과해서 지지율 오르면 김 여사덕이고 지지율 떨어지면 내 탓이니까 공무원적인, 보신주의적인 계산을 한 것 아니냐”라며 “선거 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무슨 이런 계산을 하냐”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조 개혁 소장파로서 쌓아온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노회한 정치인이 되 버렸다는 것이다. 앞선 3선 의원은 “원 후보는 옳은 말을 하며 사는 비주류 정치인의 길을 걸었기에 권력의 힘 대신 말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살았다”며 “지금은 권력에 붙어서 한 자리 해보겠다는 이미지만 남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원 후보는 이번 문자 파동을 한 후보 공격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자다. 하지만 문자 파동이 한 후보와 김 여사의 일대일 구도로 되면서 별다른 득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당권주자 중 최대 피해자는 원희룡이다. 덫에 걸렸다고 본다”며 “한동훈과 원희룡의 싸움으로 비쳐야 하는데 며칠 동안 원희룡은 사라지고 한동훈과 김건희만 보였다”고 말했다.

문자 파동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를 두고 격노하는 등 감정에 휘둘리는 ‘속좁은 대통령’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특검 방어를 고집한 면도 재차 부각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기 감정도 못 다스리는 미성숙한 대통령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총선을 앞두고 한 후보와 대통령 사이를 중재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직책 없는 영부인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른 당무 현안들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 한 의원은 “문자는 둘이 했는데, 한쪽이 흘렸다”며 “한쪽(한 후보 측)은 분명히 아니라는 게 드러났고, 그럼 나머지 한쪽(김 여사)가 흘렸다는 건데 이 자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가 개인 문자까지 공개하며 대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 부부의 타격을 감수하고 문자 파동을 이슈화한 이유를 두고는 “친윤 세력의 운명이 달린 선거라고 보고 팔 하나를 내주고 목을 자르겠다는 것”(초선 의원), “친윤들이 뻘짓한 것”(원외당협위원장) 등의 평가가 나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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