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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상추·알배추·깻잎 등 대표 쌈 채소 가격 ‘껑충’
쌈 채소 리필 제한하고 대체 채소 제공하기도
업계선 “장마 끝나도 가격 인상 계속될 것” 우려

“장마가 끝나려면 아직 3주는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 두 달 사이에 상춧값만 해도 3배가 올랐다. 어디까지 채소 가격이 오를지 무섭다.”

9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쌈밥집. 1인 1만3000원짜리 제육쌈밥을 주문하자, 상추와 적겨자, 깻잎, 케일, 양배추 등이 담긴 쌈 채소가 제육볶음과 함께 나왔다. 2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60대 사장 김모씨는 “그래도 명색이 쌈밥집이니까 채소만큼은 손님이 원하는 만큼 드리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장마철이 끝날 때쯤 현재 가격보다 3~4배는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9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쌈밥 전문 식당에서 제육쌈밥 정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쌈 채소 그릇. 해당 그릇에는 상추 10장과 깻잎 6장, 케일 2장, 적겨자 4장, 데친 양배추 6분의 1 등이 제공됐다. /민영빈 기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쌈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쌈 채소가 주재료인 쌈밥집과 고깃집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장마로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던 채소 가격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채소가 무르거나 병해충이 생겨 부진해진 작황에 공급까지 줄어든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공개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급 적상추 도매 경매 낙찰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4㎏ 한 상자에 평균 2만6500원으로 지난달 같은 날 대비(1만4450원)보다 83.4% 올랐다. 지난 5월 같은 제품이 9000원대에 판매된 상황에서 두 달 사이 최대 3배가량 뛴 셈이다.

청상추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 기준 4㎏ 한 상자에 평균 2만7460원으로 지난달 같은 날 대비(1만3845원)보다 98.3% 올랐다. 쌈 배추(알배기배추)는 지난 8일 기준 한 포기에 평균 2999원으로 전월 대비 33.1% 올랐고, 깻잎은 100g에 평균 2080원으로 일주일 만에 1.3% 상승했다.

이미 한시적으로 쌈 채소 리필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최수혁(43)씨는 “점심특선으로 제육쌈밥을 제공한다. 전엔 손님이 원하는 만큼 쌈 채소를 리필해드렸지만, 지금은 최대 한 번만 리필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가격이 안정화되면 다시 무한 리필로 쌈 채소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계속 이 상태라면 가격 인상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다른 쌈밥집에서 점심을 먹은 직장인 배한영(32)씨는 “원래 쌈 채소에 깻잎이랑 알배기 배추가 구성됐는데, 오늘은 갓 쪄낸 호박잎이 대신 나왔다”고 말했다. 1만4000원짜리 쌈밥 정식에 구성된 쌈 채소 중 비싼 가격 부담에 일부 채소를 다른 채소로 대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채소류 가격이 앞으로 더 뛸 거라고 우려한다. 소위 ‘금추(金상추 또는 金배추)’ 현상이 지속될 거라는 것이다. 장마 이후에도 폭염·태풍 등 여름철 자연재해로 인해 채소 수급에 차질이 이어질 뿐 아니라, 올해 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장마와 폭염 영향으로 상추를 포함해 모든 채소 가격이 올랐다. 그때 상추 4㎏ 한 박스 가격이 5만~6만원까지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미 잦은 호우로 채소류는 물러지거나 병해충 피해로 상품성이 떨어진 상태인 만큼, 시장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를 띠면서 잦은 호우와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농수산물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려오기 힘들다. 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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