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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10일 22대 총선 직후 개표 과정에서 우세한 서울 종로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일극체제로 기운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계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개딸(이재명 극성 지지자)에게 찍힌다”라거나 “반대 목소리 하나로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친명계 지도부 방침과 배치되는 결정을 한 민주당 의원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서울 종로·초선) 의원이다. 그는 2일 민주당이 찬성 당론을 채택한 채 표결에 부친 ‘검사(박상용)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에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 중 유일했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했다. 제안설명에 나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박 검사가 야권 인사에 대한 과도하고 위법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곽 의원의 기권이 가결(재석 165명 중 찬성 160명, 기권 5명)을 막진 못했지만, 정치권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2일 '박상용 검사 탄핵안 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 표결 결과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빨간색)를 던진 모습. 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한동안 기권 사유를 밝히지 않던 곽 의원은 표결 사흘이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제안 설명만 듣고 탄핵 찬반을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 기권했다”며 “법사위 조사를 통해 탄핵 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 마땅히 찬성 표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은 해당 페북 글에 “당원 뜻을 감히 거역하느냐” “의원이라고 부르기도 싫다” 등의 비난성 댓글을 달았다. 이 전 대표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는 8일 “장인(노 전 대통령)께서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가셨는지 곱씹으라”는 글도 올라왔다.

그럼에도 곽 의원은 입장문 외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의 전화·문자에 답하지 않은 그는 8일에도 의원회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곽 의원실 인사는 “입장문 말고는 추가로 밝힐 게 없다”라고만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의원은 “자꾸 해명하다 보면 소신이 흐려지다 보니 말을 아끼는 것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2021년 5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오른쪽)가 주선한 자리였다.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곽 의원이 표결 직전 주변에 했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복수의 야권 인사에 따르면 곽 의원은 2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의원총회 도중 A의원 옆으로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의총에선 검사 4명 탄핵안에 대한 찬성 당론이 채택됐다. 중앙일보가 재구성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랬다.

▶곽 의원=“의원님, 이게 맞습니까?”
▶A의원=“무엇 때문인가요.”
▶곽 의원=“검사 탄핵이요. 아니, 왜 가만히 계세요?”
▶A의원=“그렇죠. 좀 문제가 있긴 한데….”

A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변호사인 곽 의원 입장에선 지도부 설명을 듣고도 분명한 탄핵 사유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찬성표를 던지는 게 소신을 꺾는 일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지도부 입장에서는 일사불란한 찬성 표결이 안 돼서 아쉽겠지만, 당론으로 왜 찬성해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곽 의원이 소신투표를 한 점에 다들 말은 아끼지만 이해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했다.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기권이 노 전 대통령 사위라는 정치적 특수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종로 국회의원이던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북-강서을)으로 출마지를 옮겨 낙선했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소신을 내세운 결과였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곽 의원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장모 권양숙 여사가 지원유세를 하겠다고 나섰는데도 점잖게 사양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소신은 이어받되, 정치적 유산에만 의지하지는 않겠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곽 의원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당론을 어긴 만큼 과거 금태섭 전 의원처럼 징계 절차가 시작될 수도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실제로 징계가 진행되면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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