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카페제이를 운영하는 임세휘 목사가 지난해 한여름 거리를 배회하는 할머니를 매장 안으로 모시는 장면(왼쪽)과 카페제이 손님들이 임 목사가 지난 6월 진행한 기초수급자 가정 에어컨 설치 후원 프로젝트에 보낸 후원금 총액. 인스타그램 캡처


“폭염으로 뜨겁게 데워진 집에서 여름을 보낼 뻔한 할머니들에게 장마 전 에어컨을 달아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 사장이자 푸른사랑의교회의 부목사로 일하는 임세휘 목사는 홀로 사는 노인 등 인근 지역의 기초생활수급 여러 가정에 에어컨을 설치한 일을 묻자 이렇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에어컨 없이 더위와 씨름하던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300명이 넘는 카페 손님들이 손녀·손자와 같은 마음으로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준 일에 큰 감사를 표했다. 임 목사는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 이은 후원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카페 손님들이 후원금 전액을 모아 더 의미 깊다”며 “선한 일에 공감하고 함께 해주시는 제롱이들 덕분”이라고 웃었다. 제롱이는 카페를 응원하는 팬을 지칭하는 말로 카페이름인 카페제이와 롱런하자는 의미를 담아 지어졌다.

카페제이를 운영하는 임세휘 목사가 올해 '할매프로젝트'를 통해 한 가정에 에어컨을 설치한 뒤 관련된 설명을 하는 장면. 임 목사 제공


임 목사가 이런 후원 프로그램을 기획한 까닭은 안타까운 상황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 38도가 넘어 폭염주의보가 있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집보다 공원이 시원하다’며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보고 매장 안으로 모셨다. 주민센터 복지팀에 연락했고, 에어컨 없이 지내는 이웃 어르신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후원금을 부탁했다. 이렇게 카페제이는 ‘할매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동네에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는 홀로 사는 노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돕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올해 모금엔 카페 손님 323명이 953만원을 후원해 17가정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선물했다. 지난해에는 손님 후원금과 교회 지원금을 합쳐 317만원을 모아 8가정에 에어컨을 달아 드렸다. 임 목사는 냉방비 절약 방법과 취약계층에 지원되는 에너지 바우처 등도 자세히 안내했다.

올해 '할매프로젝트'로 에어컨이 설치된 한 가정의 모습. 임세휘 목사 제공


한 할머니는 최근 에어컨 선물을 받은 뒤 냉장고에서 아끼던 음료를 임 목사에게 내주기도 했다. 임 목사는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어르신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며 “죽지 못해 살아가시는 분, 삶의 소망을 희미하게나마 붙들고 계신 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마주하며 마음이 참 아팠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으로 고맙다며 눈물을 훔치시는 할아버님, 90세 손밖에 움직이지 못하시는 노모를 홀로 봉양하시는 아버님, 95세의 연세에 놀라울 정도로 정정하시지만 오랜 시간 동안 폭염과 추위에 싸우셨던 할머니까지 다양한 아픔을 마주하며 카페제이가 더 성장해서 도움이 필요한 많은 분께 쉼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페제이를 운영하는 임세휘 목사가 올해 '할매프로젝트'에 후원될 에어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목사 제공


카페 손님들은 임 목사를 ‘목사 겸 사장’이라는 뜻으로 목사장으로 부른다. 임 목사는 “앞으로도 이웃의 아픔과 외로움에 시선을 두며 상생하는 착한 카페가 되도록 몸부림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160 일주일간 벌써 4번째 사망 사고…공군 초급간부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4.05.28
44159 "저기요" 출근길 여성 따라간 만취남, 사무실까지 침입 후 "문 열라" 소리쳤다 랭크뉴스 2024.05.28
44158 [단독] 윤, 이종섭에 ‘이첩 당일’ 등 4차례 전화...박정훈, 통화 도중 해임 랭크뉴스 2024.05.28
44157 총선 참패에 "회초리 맞았다"더니‥결국 민심 거슬렀다 랭크뉴스 2024.05.28
44156 전세사기·민주유공자法 국회 통과… 尹 ‘거부권’ 예상 랭크뉴스 2024.05.28
44155 대통령실·여당은 크게 안도‥하지만 앞으로는? 랭크뉴스 2024.05.28
44154 윤석열 대통령 ‘유예된 위기’…22대 국회선 ‘방어’ 쉽지 않을 듯 랭크뉴스 2024.05.28
44153 저수지 옆 굿판에서 무슨 일이…무속인 익사 '미스터리' 랭크뉴스 2024.05.28
44152 "가혹행위에 동의하느냐" 질의에 육군총장 묵묵부답 랭크뉴스 2024.05.28
44151 ADHD 아이가 SKY 갔다…전교 1등 만든 '사소한 한마디' 랭크뉴스 2024.05.28
44150 국토부 장관도 “전세사기특별법 분쟁 가능성 크고 신속 보상 어려워” 수용 거부 랭크뉴스 2024.05.28
44149 채상병 이첩 당일…尹, 해외 출장 간 이종섭 장관에 3차례 전화 랭크뉴스 2024.05.28
44148 김호중 동석 연예인은 정찬우·길…정찬우 "스크린골프만 했다" 랭크뉴스 2024.05.28
44147 압도적인 특검 찬성 여론‥특검 부결에 역풍 커지나? 랭크뉴스 2024.05.28
44146 中 대만 담당 수장 쑹타오, 훙슈주 전 대만 국민당 주석과 한목소리… “대만 독립 단호히 반대” 랭크뉴스 2024.05.28
44145 오픈AI 이사회 前멤버들 “AI회사, 정부 규제 필요” 랭크뉴스 2024.05.28
44144 얼차려 사망 훈련병 '근육 파열' 증상‥중대장 등 2명 경찰 이첩 랭크뉴스 2024.05.28
44143 '경복궁 낙서 사주' 이팀장 조사 중 도주‥2시간여 만에 검거 랭크뉴스 2024.05.28
44142 예고된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 “법사위원장에 달렸다” 랭크뉴스 2024.05.28
44141 ‘얼차려 사망 훈련병’ 빈소 찾은 육군총장… 묵묵부답 랭크뉴스 2024.05.28